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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괴담] 독재정, 그리고 반역자의 묘지

미스털이 사용자 2024. 2. 2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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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지, 안 그래? 최고 등급의 교도소, 살인마랑 강간범들로 가득 찬 곳 말이야, 제일 끔찍한 벌은 결국 혼자 있게 해주는 거잖아. 독방 말이지.

 

인간의 뇌는 입력될 자극이 필요해. 그게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낸 무시무시한 광기 속으로 가라앉지.

 

2086, 세계정부가 독재정이 되자 사형은 발에 차이는 돌멩이만큼이나 흔한 게 되었어.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한 건 독방형이었지. 그것도 반역죄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거.

 

나는 오랫동안 그 형벌에 쓰일 독방들을 제작하고 수형자들을 넣었지. 이런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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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수형자의 몸에 정확히 들어맞도록 제작돼. 인간 모양을 한 관짝이지. 양팔은 삼십 도씩, 두 다리는 사십오 도 벌어져 있어. 반역자들은 안에 들어가기 전에 마취되지.

 

, , 입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아. 하지만 영구히 닫힌 채로 봉해지지. 인공호흡기가 기도에 삽관되고, 세 갈래의 수액관이 혈관에 연결되어 영양 공급을 맡아. 세 갈래나 쓰는 건 기기 고장을 일으킬 때를 대비해서야. 노폐물과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한 관도 빼놓을 수 없지.

 

수형자들은 엄중히 봉인되어 공공장소에 묻히지. ‘반역자의 묘지 말이야. 최소한 80년 동안은 유지될 자동 공급 장치와 함께지만, 사실상 묻히는 날부터 죽은 사람 취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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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지?

 

그게 내가 지난 20년 동안 하던 거야. 나한텐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하루에 한 명꼴로 반역자의 묘지에 안장되니 말이야. 수형자들의 행적을 그날 저녁 뉴스에서 읊어야 해서라나. 덤으로 그네들이 사면을 위해 손이 발이 되도록 애원하는 모습까지. 이것 때문에 내가 할 일에 영향을 받은 적은 없었어.

 

 

그것도 하지만 지난주까지였지 뭐야. 나한테 반역죄 선고가 내려졌거든.

 

 

할 말이 없네. 나 유죄 맞거든. 근데 내가 지금까지 본 것들이 있는데, 거기에 맞서서 살인이라는 수단을 고른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이 정권은 전복되어야 해. 이 야만적이기 짝이 없는 독방형도 끝나야 하고!

 

하지만 그 일을 진짜 이루려거든, 나 따위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앞으로 나타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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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취에서 깨어났어. 눈과 입은 단단히 다물려 있네. 겁에 질린 내 뇌가 붙들고 늘어질 구석이라곤 귀가 먹먹해지는 정적과 현기증 나는 어둠뿐이야. 머릿속으로 아무리 발버둥쳐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라곤 하나도 없어.

 

옴짝달싹할 수 없어. 심지어 열 손가락까지 전부 그 모양대로 감싸여 있는걸.

 

계속해서 내 스스로 이 안에 넣은 사람들을 떠올릴 뿐이야. 다시 기회를 준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여기 들어온 지 채 일주일도 안 되었을 거야. 벌써 할 수만 있다면 죽음을 고르고 싶어.

 

 

내가 저지른 반역을 어떻게 해서라도 되돌리고 싶어.

내가 지금까지 살해한 7000명의 수형자들 말이야.

 

그 사람들을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구하고 싶었을 뿐이야. 마취되어 있을 때 일을 치렀지. 정맥에 작은 공기 방울을 넣어 심장발작을 일으키도록. 하루에 한 명씩, 20년 동안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이 묘지에 지금 살아있는 건, 유일한 반역자의 삶을 겪는 건, 나 하나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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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레딧 괴담] 반역자일 뿐이야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지, 안 그래? 최고 등급의 교도소, 살인마랑 강간범들로 가득 찬 곳 말이야, 제일 끔찍한 벌은 결국 혼자 있게 해주는 거잖아. 독방 말이지. 인간의 뇌는 입력될 자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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