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 2104

연예인의 대역이 된다는 건 (괴담)

드라마에 나오는 그 배우의 뒷모습 가운데 절반은 나다. 키도 어깨너비도 같아서 5년째 대역을 하고 있다. 멀리서 걸어가거나 등을 돌리거나 손만 나오는 장면은 내가 찍고, 얼굴이 필요한 장면만 그가 찍는다. 팬들에게 보내는 사인 사진 수백 장에 그 대신 사인을 하는 것도 내 일이어서, 이제는 그의 사인을 그보다 내가 더 반듯하게 한다. 촬영장에 온 그의 어머니가 내 등을 보고 아들 이름을 부른 적도 있다. 대역 일이 있는 날이면 내 휴대폰은 늘 매니저 가방으로 들어갔고, 매니저는 대역 사진이 새 나가면 안 된다며 가끔 내 사진첩까지 열어 봤다. 나는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형은 가정적인 남편 이미지 하나로 광고를 9개나 찍었다. 소속사 대표 옆에는 늘 박 실장이 붙어 다녔는데, 지방 조직에 있다가 올라와 ..

미스테리,역사 2026.10.10

금리 인하가 호재? 역사는 반대로 말한다

1. 큰 그림 — 지금 국면의 본질공급발 인플레(관세·유가·AI 설비투자)라 '금리 고점→빠른 인하' 공식이 늦게 작동할 수 있다. 단, 이건 '공식 붕괴'가 아니라 **'시차가 길다'**가 더 정확 — 수요가 파괴되면 결국 내린다.반론도 유효: 공급충격은 흔히 일회성 물가 레벨 점프라 연준이 눌러보고 넘길 수 있고, AI 캡엑스가 성장을 떠받치는 한 이건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 리플레이션에 가깝다. "끈적함"은 사실이 아니라 가정이다.핵심 리스크 세 가지: ①미 증시 극단적 집중(상위 20종목=시총 50.8%, 매그7=35.3%, 상위 선행 PER 중앙값 36.6배) ②트럼프발 변수(관세·연준 독립성 압박·셧다운) ③AI 캡엑스 vs 매출 논쟁(투자 대비 매출이 아직 '한 자릿수 자릿수' 작다는 우려 ..

아니, 돈 좀 달라고, 엄마 (괴담)

엄마는 찬밥을 상에 올리는 법이 없었다. 보온밥솥이 없던 시절, 아버지가 늦는 날이면 밥을 아랫목 이불 밑에 묻어 두었다가 대문 소리가 나면 그릇을 꺼내 뚜껑부터 열었다. 맏이인 오빠가 고3이던 해에는 그 자리를 오빠 밥이 차지했다. 엄마는 그 밥만은 꼭 스테인리스 그릇에 펐다. 이불 하나에 5식구가 발을 묻고 텔레비전을 보던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3남매가 나눠서 엄마를 챙겼다. 언니는 반찬을 해 날랐고 나는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 오빠는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에 꼬박꼬박 전화를 걸어 밥은 먹었느냐는 말부터 꺼냈고, 주말이면 엄마 발을 무릎에 올려놓고 발톱까지 깎아 드렸다. 버튼이 큼직한 효도폰을 사 드리면서 단축번호 1번에는 자기 번호를 넣었고, 엄마가 요즘 은행 일을 자꾸 헷갈려 한다며..

돌고 돌아 우리집 (괴담)

작년 10월, 미국이 계엄을 선포하며 자기 나라 에너지가 먼저라고 가스 수출을 끊었다. 한 달 뒤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전쟁이 터지자, 유럽이 웃돈을 얹어 세계에 남은 가스를 쓸어 갔다. 가스를 못 구한 발전소가 멈추면서 12월부터 밤마다 전기가 끊겼다. 엘리베이터에는 가스 보일러를 아껴 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정전을 피해가는 곳도 있었다. 병원과 군부대, 그리고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쓰는 환자가 등록된 동(아파트 동)이었다. 우리 105동 1203호에 그런 할머니가 살았다. 2년 전 겨울 폐렴으로 실려 갔다가 목에 관을 꽂고 돌아와 기계로 숨을 쉬는 분이었다. 그 할머니 덕분에 밤이면 12개 동 가운데 우리 동만 불이 켜져 있었다. 1월에만 옆 동들에서 노인 3명이 얼어 죽었다. 사람들은 우리 동을 병..

미스테리,역사 2026.10.08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장기밀매 이무이 5가지)

1화. 궁합 남편을 처음 만난 곳은 헌혈의 집이었다. 헌혈을 마치고 나오는데 대기석에 앉아 있던 그가 말을 걸었다. 그는 올 때마다 혈압이 높아 퇴짜를 맞는다고 했다. 그래도 자꾸 온다며 웃었다. 그는 부잣집 외아들이었다. 나는 부모도 돈도 없었다. 시댁은 그런 건 상관없다고 했다. 시댁 어른들은 다 정정했다. 시할머니는 시할아버지보다 15살 어린 두 번째 아내였다. 첫 아내는 일찍 죽었다고 했다. 결혼 전에 시댁 단골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 집 전통이라고 했다. 결과가 나온 날, 시어머니가 내 두 손을 잡았다. "어쩜 이렇게 건강하니. 궁합이 아주 잘 맞는대." 검진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혼수는 시댁이 다 해 줬다. 혼인신고는 청약 때문에 미뤄 두었다. 첫 명절에 시어머니, 시할머니와..

미스테리,역사 2026.10.06

이해하면 무서운 오원춘 이야기 5가지 (이무이, 괴담 공포썰)

1화. 부부싸움 우리 빌라는 벽이 얇다. 옆집 숟가락 놓는 소리까지 들린다. 석 달 전, 옆집에 누가 이사 왔다. 그날부터 밤마다 싸우는 소리가 났다. 여자는 울면서 빌었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했다. 11시에 시작해서 10분쯤 지나 쿵 소리가 나면 뚝 그쳤다. 처음엔 신고하려 했다. 아내가 말렸다. "남의 집 부부싸움에 경찰 부르는 거 아니야." 복도에서 옆집 남자와 마주친 적이 있다. 커다란 스피커를 안고 들어가던 그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시끄럽죠. 집사람이 좀 예민해서요. 전에 살던 데서도 말이 많았어요." 옆집 문 앞엔 짜장면 빈 그릇 하나가 나와 있곤 했다. 한 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싸우는 소리가 나면 시계를 안 봐도 11시였다. 어젯밤엔 우리 부부가 싸웠다. 아내가 가방을 싸며..

미스테리,역사 2026.10.05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토미에 편, 5가지 단편 이무이)

1화. 방명록 석 달 전, 겨울 새벽 3시였다. 민혁이 차를 좀 태워 달라고 전화했다. 면허 없는 놈이었다. 민혁은 커다란 이민 가방 2개를 끌고 나왔다. 뭐냐고 묻지 않았다. 친구니까. 민혁은 한강공원을 하나도 안 빼고 다 돌았다. 동쪽 끝 광나루부터 서쪽 끝 강서까지. 공원마다 가방에서 검은 봉지를 하나씩 꺼내 강가로 내려갔다. 돌아올 땐 빈손이었다. 그 주에 민혁 여자친구가 사라졌다. 토미에라는 일본 여자였다. 민혁은 울지 않았다. 그날부터 차에서 비린내가 났다. 세차를 3번 했다. 방향제를 2개 달고, 트렁크 매트도 새로 깔았다. 바닥 판까지는 들어 보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난 아침, 트렁크가 반쯤 열려 있었다. 비린내가 싹 가셨다. 잠금장치가 고장 났나 했다. 그 주에 그녀를 만났다. 아파트 주..

미스테리,역사 2026.10.04

엔비디아만 쳐다볼 때 터지는 숨은 대박 - 린데·릴리·이튼의 역습

고금리·AI 과열기 투자 인사이트"꿈(스토리)이 아니라, 지금 버는 돈(현금흐름)을 사라"2026년 10월 3일 작성 · 수치는 직전 거래일(10/2) 종가 기준 · 정보 제공용, 투자 권유 아님3줄 요약1) 고금리의 주범은 "AI 돈 못 벌어서"가 아니라 끈적한 물가(3.8%)+재정적자+자본수요 폭발이다.2) AI가 식어도 제로금리로는 안 돌아간다. 4~5%대 '고금리 플래토'가 뉴노멀에 가깝다.3) 이 국면의 승자는 섹터 불문 지금 현금을 벌고, 가격을 올릴 힘이 있고, 밸류가 과하지 않은 기업이다.[ 1. 왜 금리가 높은가 - 들으신 이야기 바로잡기 ]"AI 투자만 많고 매출이 적어 시중 현금이 줄어 금리가 오른다" - 절반만 맞습니다. 인과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1) 끈적한 인플레이션 + 연준 ..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사산,사생아 편, 5편의 옴니버스 이무이)

1화. 이장 누나는 19살 여름에 저수지에 빠져 죽었다. 나는 12살이었다. 누나는 그 전해 겨울부터 헐렁한 옷만 입었다. 읍내 양조장 아들과 눈이 맞았다는 말이 돌았다. 그날 엄마는 외가에 가 있었다. 누나를 건져 온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의사도 순경도 부르지 않았다. 누나 이마엔 멍이 있었다. 물에 빠지며 돌에 찧었다고 했다. 염은 아버지 혼자 했다. 옷도 안 갈아입고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아버지 바짓단은 하나도 젖어 있지 않았다. 해 지기 전에 누나를 헌 궤짝에 넣어 뒷산에 얕게 묻었다. 흙을 덮는데 땅속에서 툭, 툭 소리가 났다. 두더지려니 했다. 아버지는 봉분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귀를 막고 서 있었다. 밤이 되자 뒷산에서 애 우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겹쳐 들렸다. 어른들은 들고양..

미스테리,역사 2026.10.03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배신 편, 5가지 이무이 괴담)

1화. 마지막 통화 그날 술자리는 내가 잡았다. 준호가 요즘 나를 피했다. 준호는 술을 한 잔도 안 마셨다. 나는 원래 술을 잘 안 하는데, 그날은 좀 마셨다. 집까지 10분이라 대리는 안 불렀다. 준호 차가 먼저 출발했다. 산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캄캄했다. 집에 와서 씻고 있는데 준호한테 전화가 왔다. 술자리 잡느라 몇 번을 걸었으니, 준호 통화 목록 맨 위는 나였을 거다. "형, 누가 뒤에서 박고 도망갔어. 차가 비탈로 굴렀어. 다리가 안 움직여." 숨소리가 거칠었다. "어디쯤이야? 형이 119 부를게. 끊지 마. 계속 형이랑 얘기해." 나는 준호 전화를 음소거로 돌려 두고 집 전화로 119를 눌렀다. 다친 사람이 직접 걸게 하라길래, 손도 못 움직인다고 했다. 그러고는 계속 말을 걸었다. 금방 온..

미스테리,역사 2026.10.0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