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나오는 그 배우의 뒷모습 가운데 절반은 나다. 키도 어깨너비도 같아서 5년째 대역을 하고 있다. 멀리서 걸어가거나 등을 돌리거나 손만 나오는 장면은 내가 찍고, 얼굴이 필요한 장면만 그가 찍는다. 팬들에게 보내는 사인 사진 수백 장에 그 대신 사인을 하는 것도 내 일이어서, 이제는 그의 사인을 그보다 내가 더 반듯하게 한다. 촬영장에 온 그의 어머니가 내 등을 보고 아들 이름을 부른 적도 있다. 대역 일이 있는 날이면 내 휴대폰은 늘 매니저 가방으로 들어갔고, 매니저는 대역 사진이 새 나가면 안 된다며 가끔 내 사진첩까지 열어 봤다. 나는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형은 가정적인 남편 이미지 하나로 광고를 9개나 찍었다. 소속사 대표 옆에는 늘 박 실장이 붙어 다녔는데, 지방 조직에 있다가 올라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