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퇴근하면 신발도 벗기 전에 손부터 내밀었다. 내 휴대폰을 달라는 뜻이었다. 통화 목록, 카톡, 사진첩, 최근 삭제한 사진 폴더까지 다 보고 나서야 손을 씻었다. 내 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매일 밤 뽑아 가서 컴퓨터로 돌려 봤다. 그러면서 남편 휴대폰은 늘 식탁 위에 화면이 보이게 놓여 있었다. 잠금도 없었다. 난 숨길 게 없으니까, 남편은 그렇게 말했다. 명절에 친정에 가서도 남편은 엄마 앞에 자기 휴대폰을 내밀었다. 장모님, 저는 비밀번호도 안 걸어요. 문제는 얘예요. 그날 밤 엄마는 나를 따로 불러 남편 속 좀 그만 썩이라고 했다. 그게 결혼 3년째부터였고, 지금은 결혼 9년째다. 처음엔 사랑이 넘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다음엔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줄 알았다. 다니던 회사는 팀장이 남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