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역사

누군가의 얼굴이었을 사람 (괴담, 슬픔)

미스털이 사용자 2026. 6.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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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 코, 입이 흐릿해진 게 아니라,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목구비가 자리하지 않았다. 피곤한 탓이겠지.  며칠 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편의점 직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 회의실 건너편에 앉은 동료. 모르는 사람부터 시작해 아는 사람에게로, 얼굴이 사라지는 일이 조용히 번졌다.

몇 주가 지나자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 까지 안보였다. 오래 함께 일한 팀장의 얼굴이 사라졌고, 내가 가장 오래 사랑한 사람의 얼굴이 사라졌다. 표정 하나만으로 그날 기분을 다 읽을 수 있던 나였는데,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목소리는 분명히 그 사람인데 얼굴이 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마지막으로, 매일 통화하던 휴대폰 화면 속 어머니의 얼굴이 사라졌다. 그날 밤 화장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내 얼굴까지 없었다.

이상한 것은, 그 사실이 생각만큼 무섭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굴이 사라지자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점점 흥미를 잃었다. 누가 화를 내는지 기뻐하는지 읽히지 않으니, 대화를 대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약속을 하나둘 미뤘고, 연락을 받지 않는 날이 늘었다. 누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나는 별일 아니라고만 했다. 정말로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도 이유는 알고싶었다. 병원에서 뇌를 찍었지만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고, 시력도 정상이었다. 나는 밤마다 비슷한 증상을 검색했다. 안면인식을 다룬 글들 사이에서, 나와 똑같은 경험을 적어 둔 게시물을 몇 개 찾았다. 국내 커뮤니티에도, 해외 게시판과 일본 쪽 게시글에도 드문드문 적혀있었다. 글쓴이들은 하나같이 모르는 사람부터 얼굴이 사라졌고, 점점 가까운 사람으로, 끝내 자신의 얼굴까지 보이지 않게 됐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 글들은 대부분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신 댓글에 답이 달리지 않았거나, 계정이 지워져 있었다.

글들에는 공통된 점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자기 눈을 피하더라는 것. 계산대 직원이 시선을 돌리고, 가족이 자기를 똑바로 보지 않고 살짝 비껴 보고, 아이들이 보다가 울며 숨더라는 것. 나는 그 대목을 읽고 나서야, 요 며칠 나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것에만 골몰하느라, 사람들이 더 이상 내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주말에 본가에 갔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 어머니는 회사는 다닐 만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반찬을 더 먹으라는 말에 알겠다고 했고, 요즘 얼굴이 상한 것 같다는 말에는 잘 지낸다고 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대화였다. 나는 수저를 내려놓고, 어머니에게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잠깐 웃다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봤다. 정확히는, 내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를 보려다가 조금 비껴난 허공을 봤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열려다 다물기를 두어 번 반복하는 동안, 어머니의 눈동자가 내 어깨 언저리와 식탁 위를 천천히 오갔다.

 

'아들, 오늘 49재야.. 잘생긴 우리 아들 보고싶으면 이제 어떡하지?'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뺨을 타고 턱까지 떨어지는 동안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은 요동을 쳤다. 슬픔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엄마에게 오롯이 담겨있었다. 엄마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닦아 주려 손을 뻗었지만 닿을 곳을 몰라 이리저리 허공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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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얼굴이 되어 망각을 찾아 (미스테리)

<※ 브금입니다.>출근길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 코, 입이 흐릿해진 게 아니라,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목구비가 자리하지 않았다. 피곤한 탓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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