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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SMIC의 7나노 공정 성공)

미스털이 사용자 2023. 9. 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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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C 갤럭시 갤러리 '뿌잉'님
 

 

 

선요약 

 

1.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 소련과의 군비경쟁과 유사하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중국의 국력과 기회비용을

소모하도록 유도하고 있음

 

2. SMIC의 7나노 공정은 미국의 장비 제재로 인해

엄청난 비용문제와 수율에 난항을 격고 있음

 

3. 전세계적으로 분업화 되어있는 첨단 반도체 시장은

중국의 강점인 낮은 인건비와 막대한 보조금이 

잘 먹히지 않는 시장임

 

4.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기에는

반도체가 미래 AI 시대의 핵심이기에 중국은

비효율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음

 

5. 중국의 강점이 먹히는 베터리와 구형 반도체 시장에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무역제재가 필요한 상황임

 

 

 


예전에 KBS 홍사훈 경제쇼에 안유화라는 짱깨 조선족 교수가 나와서 미국 칩스 법에 대해 "칩스 법이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막대한 지원과 보조금으로 10년 20년이 걸려도 중국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것이다."라고 말했었는데, 반도체 좆도 모르는 좆문가를 데려다 놓으니 저딴 개쌉소리를 하는 구나 싶었음. 중국이 반도체를 자급하는 것 자체가 중국 국력과 기회비용에 엄청난 손실이고, 궁극적으로 미국은 그것을 바랄 것이기 때문이거든.

크리스 밀러 교수의 저서 '칩 워'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미국이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해 택한 대전략이 크게 두 가지임. 군비 경쟁을 촉발함으로서 소련 경제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준다. 그리고 반도체를 봉쇄한다. 이 두 가지임.

첫 번째에 대해서는 이미 소련 경제가 브레즈네프 시대 이후 맛이 가던 상황이었음에도 'SDI(전략방위구상)', 속칭 '스타워즈'를 통해서 소련을 자극하여 과도한 군비경쟁을 이끌어 냈음. 두 번째로 바로 반도체를 봉쇄함으로서 소련이 반도체 자급에 막대한 국력을 낭비하도록, 그리고 정보화 기술 혁명에서 크게 뒤쳐지게 만들었음. 이로 인해 소련은 엄청난 타격을 받고 체제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뒤쳐지게 되면서 결국 망하게 되었음.

그런 관점에서 현재 ArF 노광장비로 EUV를 대체하는 극미세화 공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음. 바로 SADP(Self-Aligned Double Patterning)와 LELE(Litho-Etching-Litho-Etching)임.
 


간단히 설명하자면 SADP는 일단 노광 공정으로 기초 패턴을 형성한 다음에 그 패턴을 계속 깎아서(식각) 미세한 반복 패턴을 형성함. 간단히 말해서 펜으로 선을 그린 다음에 그 선을 계속 지워서 얇은 선을 그리는 것임. 패턴을 한 번만 만들기 때문에 정교한 패턴은 구현하기 어려워 메모리에서 주로 활용됨. LELE는 말 그대로 노광-식각의 반복, 즉 선을 여러 번 그려서 미세 반복 패턴을 그리는 것임. 노광, 식각, 노광, 식각으로 패턴을 2번 나눠 그림. 가장 값비싼 노광 공정 반복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정교한 패턴 구현이 가능해서 로직에서 주로 사용되는 공정임. 그리고 이보다 더 미세한 공정을 진행하려면 SADP를 2번 반복한 SAQP(Self-Aligned Quadraple Patterning)이나 LELE를 2번 반복한 LE4(LELELELE)를 해야 함.
 


그런데 어쨌거나 두 공정 모두 EUV에 비해서는 공정 횟수가 훨씬 더 증가함. 첨부한 ASML 자료에 따르면 미세한 선폭을 그리기 위해 하드 마스크 증착부터 노광, 식각, 세정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패터닝이라고 칭하면 EUV는 전체 패터닝 한 번에 총 10개 공정만 필요한 반면, LELELELE(LE4)는 총 34 공정, SAQP는 총 60 공정이 필요하게 됨.

그렇게 보면 현재 TSMC의 바닐라 3나노 공정(N3)은 EUV 레이어가 25개(vs. 5나노 15개)인데, 심지어 일부 공정에는 EUV 더블 패터닝을 활용하기까지 하고 있음. 만약에 이를 전부 ArF SAQP와 LE4로 대체하려면 거의 600 공정을 더 진행해야만 할 것으로 추정됨. 특히 EUV 더블 패터닝 공정을 ArF로 대체하려면 거의 LE8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는 그 누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경지일 뿐더러 비용과 생산성 문제 역시 극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짐작할 수 있음.

이러한 사실은 최근 공개한 SMIC 7나노 공정이 그리 큰 의미가 없음을 잘 보여 줌. 내 개인적인 생각에 로직 7나노 공정은 EUV 없이 ArF만으로 상업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한 물리적인 한계선 부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임. 예컨대 TSMC도 바닐라 7나노 공정(N7)까지는 Non-EUV로 버티다가 그 다음 N7+부터 본격적으로 EUV를 적용하기 시작했음.

앞서 말한 방식대로 SMIC이 어떻게든 꾸역꾸역 5->4->3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양산할 수는 있음. 그러면 이제부터 공정 수 증가로 인한 생산 비효율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함. 그리고 공정 수가 증가할수록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건 바로 비경상적인 공정사고 문제가 급격히 커진다는 것임. 삼전, 하닉 현직이라면 잘 알겠지만 뉴스에는 안 나오는 소소한 공정사고들이 정말로 매일같이 FAB에서 발생함. 장비 Shut-Down, Human Error, 자재 품질 이슈 등등 이러한 예상치 못한 비경상적인 공정사고들이 정말로 많고, 당연히 공정 수가 증가할수록 이러한 사고 역시 급증하게 됨.
 


예컨대 공정 수가 600개 더 증가하고, 비경상적인 사고들로 인한 수율 하락이 아주 보수적으로 공정 당 0.02%라고 가정하면 다른 그 어떠한 수율 하락 요인이 없다고 쳐도 최종 FAB 수율은 (0.9998)^600 해서 88%로까지 하락함. 더불어 점점 더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ArF 반복 패터닝은 패터닝 선명도 저하와 패터닝 붕괴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게 됨. 즉, 수율이 더 하락함. 첨부는 최근에 인텔이 인텔4 공정에서 공개한 ArF 멀티 패터닝 vs. EUV 싱글 패터닝의 패터닝 품질을 서로 비교한 자료인데, 딱 봐도 EUV 싱글 패터닝의 품질이 훨씬 더 우수함. 이러한 점들을 다 고려하면 Non-EUV로 7나노 미만 로직 공정의 대량 양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만약 양산하려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할 것으로 판단됨. 수율 하락, 공정 증가 등의 비용 문제가 너무나도 극심함.
 


실제로 첨부한 로이터 보도에서도 Jefferies에서는 SMIC 7나노 공정 수율을 50% 정도로 예상했으며, 대량 양산에 한계가 크고,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 높은 제조비용을 강요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음. 이미 7나노 공정.부터의 상황도 이 지경인데 이보다 더 선단공정으로 넘어갔을시의 상황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음. 그래서 나는 중국이 5나노, 3나노 공정 이렇게 양산한다고 깝치다가 엄청난 돈을 날려 먹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함.

그나마 YMTC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던 낸드도 상황은 비슷함. 지금 YMTC가 외국산 중고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또 부족한 부분은 자국산 장비를 활용하는 '무당산 프로젝트'를 통해 6세대 128단 낸드는 그래도 성공적으로 양산하고 있음. 그런데 작년 8월에 개발 완료한 8세대 232단 낸드는 원래 23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방으로부터 신규 최신형 장비를 구매해서 대량 양산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그게 완전히 막혀 버렸음. 램리서치 최신형 RIE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232단 낸드 양산을 사실상 못 하고 있음.
 


그리고 지금 삼전은 300단 낸드부터는 기존의 램리서치 RIE 장비 대신 TEL과 협업해서 개발한 극저온 하이브리드 식각 장비로 채널 홀을 뚫으려고 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낸드 300단은 200단 대비 훨씬 더 채널 홀 식각 난이도가 상승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식각 장비가 필요해지는 상황임. 중국 입장에서 200단 낸드 양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300단 낸드 양산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임. 서방제 고성능 HARC 식각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남들 2~3스택 할 때 혼자서 좆구린 중국산 장비로 5~6스택을 하게 되면 낸드 원가와 수율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감. 상업성이 전무함.
 
 
 
 
 
 


그렇다면 EUV나 HARC 식각 장비 같은 핵심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들을 중국이 국산화하는 건 어떠냐고 할 수 있는데, 그것 역시 중국 독자적인 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첨부는 미국반도체협회(SIA)에서 만든 EUV 장비 제조 밸류 체인인데, EUV 장비에 들어가는 웨이퍼 척, 핸들러, 광원, 마스크 등을 만드는 데 각 파트에서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 제조업 선진국들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이 협력해서 장비를 완성함. 다 합해서 전 세계 5000곳이 넘는 업체들이 EUV 장비 제작 과정에 참여함. 다른 장비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음.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중국이 국산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함.

앞서 말했듯 최첨단 반도체는 인류가 지금까지 창조한 모든 산업들 중에서 가장 기술력이 고도화되었고, 또 자본 투자가 엄청나게 필요해서 그 어떤 나라도 혼자서 반도체 밸류 체인 전체를 내재화한 국가가 없음. 천하의 미국마저도 불가능함. 인류 과학문명의 결정체가 바로 반도체임. 그래서 기업도 아니고 국가 레벨에서 각국이 1등인 비교 우위 밸류 체인에서 전 세계적인 분업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함. 이것이 반도체와 다른 그 모든 산업 간의 가장 큰 차이점임. 모리스 창이 반도체는 전 세계 업계 1등들의 교집합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중국이 반도체 밸류 체인 전체에서 1등을 다 먹지 못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이는 세계 시장과 격리된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에 또다른 치명적인 한계점으로 작용함. ASML, AMAT, TEL, KLA 등의 서구권 메이저 반도체 장비사들은 매년 연구개발비에 엄청난 돈을 투자함. 반도체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장비 R&D에도 거액이 필요함. 그리고 서구권 메이저 장비사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반도체를 파는 삼전, 하닉, TSMC 같은 업체들에 장비를 팔고 매출을 올림. 그런데 중국의 반도체 장비사들은 중국 내수 한정적으로만 반도체를 파는 SMIC, YMTC에서 매출을 올릴 수밖에 없음. 중국산 반도체 가격과 성능으로는 수출이 불가능하거든. 당연히 서구권 장비사들에 비해 매출과 이익이 크게 적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장비 R&D 투자역량의 차이로 이어짐. 가만 놔두면 격차가 더더욱 벌어져서 여기에도 중국 정.부는 엄청난 돈을 끊임 없이 보조해줘야만 함. 즉, 천하의 중국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유일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임.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왜 미국이 반도체를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 전쟁터로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전쟁터에서 왜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음. 반도체야말로 미국이 가장 유리한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임. 소련을 죽였던 방식 그대로 미국은 중국도 죽이려고 하고 있음. 미국이 중국 대비 가진 강점은 기술력, 업계 표준, 그리고 국제적인 분업과 공조 시스템임. 그리고 이러한 강점은 반도체 산업에서 극대화됨. 반대로 중국이 가진 강점은 낮은 인건비, 막대한 보조금 지원이 가능한 일당독재 정치체제, 그리고 원료를 꽉 잡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함.

우선 인건비만 해도 다른 산업들 대비 인건비 비중이 훨씬 낮은 게 바로 반도체임. 대신 원가에서 감가비 비중이 거의 50%가 넘음. 감가비 이외에도 나머지 경비 상당 부분이 장비 수선비임. 삼전과 하닉 모두 장비 수선비에만 연간 돈이 몇 조 원씩 나감. 그만큼 제조 과정 전반에서 장비가 중요함. 그리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반도체에서 인건비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음. 예컨대 15년에 연매출 15조 원이었을 때 사업보고서 상 하닉 임직원 수가 2만 명 정도였음. 그런데 작년에 연매출 45조 원 찍었을 때 임직원 수가 3만 명임. 매출 3배 증가하는 동안 임직원 수는 50% 증가했음. 그래서 그토록 계약연봉을 많이 올려주고 보너스도 많이 줬는데도 오히려 반도체에서 인건비 비중은 계속 하락하는 상황임.

그리고 원료 측면에서는 반도체도 배터리처럼 생산 과정이 위험하고 더러운 후진국형 화학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음. 반도체 희귀 가스, 황린, 무수불산 등이 그 사례임. 그런데 얘네들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차지하는 원가가 얼마 안 됨. 중국이 이러한 원료 생산을 독점한다고 해서 반도체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만한 요인이 거의 없음.

마지막으로 보조금 측면에서는 위에서 길게 설명했듯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때려박기에는 반도체는 수지타산이 너무나도 안 좋음. 배터리만 해도 중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왕창 지원해 주니 LFP에서는 중국이 생산 과정을 가장 최적화하고, 또 기술력에서도 앞서 나감으로서 산업 자체적으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음. 그런데 반도체는 배터리와 달리 중국이 실리콘 기반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 서방과의 격차를 의미있게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함. 앞서 말한 EUV가 없을 시 선단공정에서 직면하게 될 현실은 중국 정.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물리 법칙의 한계임. 결국 중국 반도체는 앞으로도 계속 정.부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고, 또 성능과 원가 모두 압도적인 열세다 보니 수출 역시 거의 힘들 것임.

즉, 미국은 반도체 전쟁에서는 중국에 압도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음. 미국도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하면서 중국에 일부 반도체 장비나 AI 반도체를 못 파는 등의 일부 소소한 피해가 있음. 그런데 그것보다도 중국이 반도체 자급을 위해 피똥싸면서 날려먹는 돈이 수십 배 이상 더 클 것임. 교환비에서 압도적인 미국의 우위임. 미국이 아예 손해를 안 본다는 게 아니라 중국이 훨씬 더 손해를 본다는 게 중요함. 마치 625 전쟁 당시 미군이 맥아더에서 밴플리트로 사령관이 바뀐 이후 고지들을 선점하고 압도적인 화력과 지형적 우위를 통해 짱깨 중공군 인해전술을 갈아 마시던 것과 상황이 아주 유사함. 미군 한 명이 죽을 때 중공군 수십 명이 죽었음.

이처럼 미국은 625 전쟁 때처럼, 그리고 소련을 몰락시켰을 때처럼 중국의 국력을 낭비시킬 아주 효과적인 소모전 전장터로 반도체를 골랐고, 거기에 지금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가는 상황임. 지금까지 중국이 반도체에 꼴아 박은 수백 조원을 군사력이나 혹은 한국과 경쟁하는 다른 수출 산업들, 예컨대 배터리, 전기차, 석유화학, 스마트폰 등에 보조금으로 지원해줬으면 얼마나 더 무서웠을지를 상상하면 됨. 중국이 반도체 자급에 똥꼬쇼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국력의 엄청난 손실임. 이러한 현재 상황은 중국 정.부도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최악의 현실일 것임.

그렇다면 왜 중국이 반도체라는, 미국이 설계하고 미국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장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알아야만 함. 그건 반도체가 안보와 경제, 모두에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임. 만약에 서방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서방이 반도체 공급을 끊으면 사실상 중국 경제는 멸망함. 반도체는 아예 자급 불가능하기 때문임. 그리고 앞으로 AI가 미래 경제의 핵심이 될 것이고, 그리고 그 AI의 핵심이 바로 반도체임. 반도체가 없으면 미래 경제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음.

앞서 말한 미국의 대소련 반도체 봉쇄 정책으로 소련은 반도체 자급에 엄청난 돈을 낭비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전 세계 경제에 혁신을 가져 왔던 PC 보급에서도 뒤쳐지게 되었음. 그래서 미국인들이 업무에 다 PC를 사용하고 있었을 때 소련인들은 여전히 계산기나 두들기고 있었음. 이는 노동 생산성에 엄청난 격차를 가져 왔고, 결국 계획경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맞물려 소련의 몰락을 초래하게 되었음.

AI도 비슷함. 골드만 삭스 리서치는 산업혁명 이래 노동 생산성에 혁신을 가져온 주요 사건들로 전기의 보급, PC의 보급,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AI 혁명을 꼽았음. 즉, AI에서 뒤쳐지면 과거 미국과 소련이 PC 보급의 유무로 엄청난 노동 생산성 격차를 가져왔던 것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됨. 즉, AI가 없으면 중국 경제는 절대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수 없고, 반대로 훨씬 더 격차가 벌어지게 됨. 바로 이러한 사실들을 중국 정.부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엄청난 손실과 불리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도체 자급에 뛰어든 것임.

그런데 나는 중국이 구조적인 한계와 체제 모순 때문에 필연적으로 미국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중국이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이제는 반도체 외적인 것이 훨씬 더 중요함. 중국 경제가 미국을 포함한 자유진영 전체의 경제보다 더 커져서 중국 혼자서도 나머지 전 세계보다 더 큰 규모의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으면 됨. 그러면 중국이 반도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음. 그런데 위에서도 설명했듯 미래 경제에서는 AI가 핵심이고, 그 AI의 핵심이 바로 반도체임. 중국 반도체가 자립하려면 중국 경제가 더 성장해야만 하는데, 그런데 경제도 반도체가 있어야먄 더 성장할 수 있네? 완전 뫼비우스의 띠네? 망했네?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게 미국이 반도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패권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어도 모든 분야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임. 미국이 반도체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건 미국이 전지전능한 신이어서가 아니고 거기가 바로 미국의 강점이 가장 극대화되는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임. 자본주의의 기본인 경제적 효익의 극대화라는 점에서는 미국도 결코 벗어날 수 없음. 미국에 강점이 있는 홈그라운드가 있다는 사실은 반대로 중국에도 강점이 있는 홈그라운드가 있다는 뜻이 됨. 그리고 그런 홈그라운드에서는 중국도 충분히 미국을 꺾을 수 있음. 경제적 효익이 중국에 있으니까. 인건비 비중이 크고, 원재료 비중이 높고, 중국 보조금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산업들이 바로 그것임. 나는 솔직히 말해서 배터리, 레거시 반도체 포함 나머지 한국 대부분의 산업이 거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함.

나는 어떤 산업을 분석할 때 원가구조만 딱 보더라도 이 산업이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할만하다 안하다 견적이 바로 나온다고 생각함. 구구절절하게 비즈니스 모델 분석이나 사업보고서를 상세히 다 뜯어볼 필요도 없음. 원가구조야말로 산업의 그 모든 정보가 집대성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함. 그렇게 보면 배터리와 레거시 반도체는 슬프게도 그 원가구조가 우리가 중국에 뺏긴 태양광, 철강 등과 아주 흡사함.


예컨대 첨부에 나왔듯 배터리는 반도체와 달리 원가의 60%가 원재료비인데, 그 원재료를 전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효율적이고 또 대량으로 생산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임. 한국조차도 중국산 배터리 원료에 거의 대부분 의존하고 있음.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한다고 해도 중국이 달성한 저 원가 효율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게 문제임. 전에 공유한 파이낸셜타임즈 "배터리 혁명" 시리즈에서도 나왔듯 자기 국민들 목숨 갈아가면서 환경과 안전 좆까라 하고 배터리 원료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중국밖에 없거든. 그리고 LFP의 저렴한 원가와 또 거기에서 중국이 가장 기술력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배터리의 원가 경쟁력은 훨씬 더 극대화될 수밖에 없음. 성능 측면에서 삼원계가 LFP 대비 우위라고 하나 내 경험 상 가격 vs. 성능 양자택일의 문제로 넘어가면 소비자들은 거의 대부분 가격을 선택했음. 또 산업 전체의 밸류 체인이 최첨단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는 이미 중국 내에 완벽하게 독자적으로 구축되었음. 서방의 규제가 중국 배터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음.

레거시 반도체도 상황은 비슷함. 28나노급 이상 구세대 공정을 사용하다 보니 장비 가격도 별로 안 비싸고, 또 이미 상각이 진작에 완료된 장비들도 한참 우려먹다 보니 감가비 비중이 별로 안 높음. 장비 비중이 낮다는 건 그만큼 라인 자동화 수준이 낮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아지게 됨. 그래서 레거시 반도체 원가구조를 보면 최첨단 선단공정 반도체와는 아예 다른 산업 수준으로 다름. 그리고 이미 공정기술 개발도 거의 다 끝나서 기술력으로 차별화할 것도 거의 없음. 사실상 LCD와 거의 비슷함. 그나마 레거시 반도체 장비는 아직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긴 한데 이건 장비 국산화가 최첨단 반도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쉬워서 문제임.

나는 그래서 배터리와 레거시 반도체에도 최첨단 반도체의 EUV처럼 게임 체인저 급의 필살기란 게 존재한다고 치면 그것이 미국에 있다기보다는 중국에 있다는 생각이 듬. 완전히 중국 홈그라운드에 있는 산업들임. 그래서 미국과 유럽은 이제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봄. 중국산 배터리와 레거시 반도체가 가격에서는 확실히 크게 경쟁력이 우위인 상황에서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경제적인 손실을 감안하고 무역 장벽을 치느냐, 반대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서 수입 물가를 낮추고 경제를 안정시키느냐 이 둘 사이에서 아주 고통스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봄. 미국과 유럽은 손해를 덜 보는 선택을 해야지 이익을 보는 선택을 하는 건 산업 특성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전체적인 패권전쟁에서는 승리하더라도 국지적인 전투에서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핵심임.

이는 결국 배터리와 레거시 반도체의 운명이 산업 자체적인 경쟁력 육성보다는 정치적인 영역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함.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이 어디까지 무역 장벽을 쳐 줄지, 어디까지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할 수 있을지에 달렸음. 최첨단 반도체와는 그 상황이 완전히 다름. 나는 그래서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SMIC 7나노 AP 개발 이딴 사소한 뉴스가 아니라 그외 다른 산업들(특히 중국이 경쟁력이 있는)에서 미국이 어디까지 무역 장벽을 펼칠지라고 생각함. 중국 배터리와 레거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는 이제 별로 효과가 없어 보이고(이미 독자적인 밸류 체인 구축에 거의 성공했기 때문), 미국과 유럽이 무역 장벽을 더 높게 쳐주지 않는다면 한국 배터리와 레거시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상당히 위험해질 것이라고 생각함.
 
 
 
 

http://mrlee.co.kr/pc/view/ecopol/369? 

 

[미스털이] 중국의 7나노 성공.. 과연 반도체 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출처 : DC 갤럭시 갤러리 `뿌잉`님https://m.dcinside.com/board/galaxy/1014437?headid=&recommend=&s_type=name&serval=%EB%BF%8C%EC%9E%89선요약 1.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 소련과의 군비경쟁과 유사하게중국이 반도체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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