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것이 금방 잊혀지기 마련인데, 그 꿈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고 가끔 소름돋기도 해. 내가 대학교 2학년일 때 꿨던 꿈이니까 오래전이야. 그날은, 술을 왕창 먹고 집에 들어와 이불 대충 깔고 잤던 거 같아. 늦여름이라 모기도 왱왱 거리는데도 그냥 잤어. *** 꿈은 여기서부터 시작돼. 내가 수풀이 우거진 곳을 계속 걸어. 느낄 수 있는 건 땀에 젖은 옷의 불쾌한 감촉, 음습한 숲의 기운 정도. 계속 걸어도 끝이 없으니 미치겠는거야. 어디로 가야할지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그런데 내 헐떡이는 숨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지. 지척에 깜짝 놀랄만한 게 나타나는걸 미리 알아채고 싶어서 숨죽여 다시 살펴봤어. 멀다면 멀다고 할 수 있는 거리(5미터)에 불그스름한 머리의 사내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