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역사

갈매기 고기에 관한 괴담

미스털이 사용자 2021. 8.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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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오랜만에 얻게된 휴가라 둘은 많이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 기분 잡치게 이게 뭐야.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여보.

남편의 말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어깨를 잡고 들어갔어요.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바람과 파도가 사정없이 몰아쳤습니다. 배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선장까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부는 서로를 꼭 붙잡은 채 철썩이는 풍랑을 그저 바라볼 뿐 이였습니다.

- 배.. 배가 뒤집어진다!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배는 파도에게 삼켜 결국 형체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 여보, 여보!

부인의 다그침에 남편은 눈을 떴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사납던 풍랑과 빗줄기가 온데간데 사라졌어요. 대답을 하려는데 힘이 없어 입만 뻥끗했습니다. 끝없어 보이는 해안가엔 부부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 먹을 것 좀 찾아올테니 좀만 기다려요.

부인의 말에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그러라는 말을 겨우 내뱉고 다시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버티기를 며칠, 남편은 점점 쇠약해져 시력까지 잃게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었어요. 며칠을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남편은 부인에게 소원을 말합니다.

- 내가 평소 고기를 먹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니, 죽기전에 딱 한 번만이라도 고기좀 맛봤으면 여한이 없겠어..

그런 남편을 위해 부인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죠. 기력이 다해가는 부부에겐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 여보! 일어나 봐요!

부인의 상기된 말투에 남편은 무슨일인가 머리만 겨우 움직여 소리난 곳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고기 굽는 냄새가 났어요. 금새 침이 고인 남편은 쩝쩝대기 시작했습니다.

- 여보, 아니글쎄 저기 해안가 뒤쪽에 갈매기들이 죽어있지 뭐에요? 그중에 상태 좋은 2~3마리를 골라 갖고왔어요.

허기에 익숙하지 못했던 남편은 있는 힘을 쏟아 갈매기 고기 한점을 얼른 낚아챘습니다. 잘먹겠다는 말도 잊은 그는 순식간에 다 먹었어요.

-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먹어요, 여보.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을 짧게 내뱉고는 다시 한점을 집었습니다. 부인에게 고마웠고 우연스레 발견된 갈매기에게도 감사했습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갈매기 고기가 없어질 때가지 그들은 행복해하며 고기를 원없이 먹었습니다. 갈매기 고기 덕분이였을까요? 남편은 희망을 갖고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는지도 모를 어느날, 저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남편은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고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어요. 남편과 부인이 가까스로 구조되는 순간이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안정을 찾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 머물게 되었고 남편은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부인의 사망소식이였죠. 자신 처럼 기력을 회복했을 줄 알았던 남편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심이 컸던 남편은 계속 부인에 관한 생각, 추억에 잠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죽기전에 내게 구워준 갈매기 고기가 먹고싶어.'

남편은 갈매기 고기집을 찾아가 갈매기 고기를 시켰습니다. 기다리기를 몇분, 드디어 고기가 나왔고 남편은 한점 집어먹었습니다. 남편은 그자리에서 엉엉 울더니 다음날 새벽 근처 숙소에서 자살했습니다.

 

***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남편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요?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이 괴담에선 다음과 같이 결론지으며 이야기를 맺습니다.

- 남편이 자살한 이유는 갈매기의 고기가 너무 달라서였습니다. 즉, 그가 표류했을 때 먹었던 고기는 바로 아내의 허벅지살이였던 것이죠. 우연히 갈매기를 발견한 건 거짓이었고 오직 남편의 소원을 위해 부인 스스로 자신의 허벅지를 베어내 구웠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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