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1. 우연한 선택
그날, 우리는 단순히 로또를 사러 갔을 뿐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 슈퍼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저기 뭐 할인 행사라도 하나 봐."
친구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로또 사려고 줄 서 있는 거야."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마감까지 15분 남았네. 우리도 살까?"
그렇게 우리는 슈퍼 앞의 줄 끝에 섰다.
2. 슈퍼 아저씨
줄이 줄어들수록,
나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로또를 판매하는 창구에서
새로운 복권을 즉석에서 뽑는 게 아니라,
이미 인쇄된 로또 용지를 건네주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슈퍼 주인은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미리 준비해둔 로또 한 장을 내밀었다.
"자동 5천 원짜리, 여기."
나는 찝찝했지만,
어차피 자동으로 뽑을 생각이었으니 상관없었다.
친구와 함께 로또를 들고 나왔다.
나는 물었다.
"원래 저기서 미리 뽑아둔 걸 주나?"
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저 아저씨 취미야.
미리 뽑아놓고 자기 노트에 적어두고,
마치 자기가 산 것처럼 당첨 번호 체크하는 거."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말이야.
로또 가게 주인이면,
어디서 1등이 나왔는지
바로 알 수 있잖아?"
친구는 잠시 멈칫하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심심해서 그러는 거겠지."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날 밤.
모든 것이 변했다.
3. 1등 당첨
나는 치킨과 맥주를 시켜 먹고,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왔다.
"야, 짐 싸. 당장 나가자."
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뭐? 무슨 일인데?"
친구의 얼굴은 창백했다.
"로또 1등 됐어.
근데… 뭔가 이상해."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1등에 당첨되었는데,
왜 도망쳐야 하지?
우리는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4. 공동현관 비밀번호
우리는
친구의 집 근처 골목 어귀에
몸을 숨겼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친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기 봐."
나는 친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슈퍼 아저씨가
친구의 집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속삭였다.
"저 아저씨도 여기 살아?"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저 슈퍼에서 생수를 시켜 먹었어.
배달할 때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었거든."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순간,
친구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급히 무음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자마자,
핸드폰 화면이 깜빡였다.
전화가 오고 있었다.
발신자: 슈퍼 아저씨.
우리는 숨을 삼켰다.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리는 말없이
골목을 빠져나갔다.
5. 2주간의 그림자
친구는 결심했다.
"야반도주해야지.
저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그날 밤,
친구는 내 집에서 지냈다.
그리고 우리는 월요일 아침,
농협 본점으로 향했다.
여전히 친구가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피해망상이 아니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본점으로 향하던 길.
나는 친구가 갑자기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왜 그래?"
친구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슈퍼 아저씨가 있었다.
그는 토요일에
입었던 똑같은 복장을 한 채,
농협 본점 문 옆에 서 있었다.
우리는 말을 잃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는 거기에 서 있었다.
6. 사라진 슈퍼, 사라진 남자
우리는 그를 피하기로 했다.
나는 친구의 동네에서
모텔을 잡고,
아저씨가 슈퍼에 있는지
감시하기로 했다.
친구는 농협 근처에서 지내며,
아저씨가 사라지는 순간
본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슈퍼 아저씨는
2주 동안 매일
농협 본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친구는 농협에 가지 않았다.
돈을 찾을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큰 공포가 있었다.
그 남자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돈을 요구하려던 걸까?
아니면…
그보다 더한 이유가
있었던 걸까?
우리는 그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몇 주 동안 도시를 떠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를 태우고
슈퍼 근처를 지나갔다.
그러나, 슈퍼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는 미용실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 그 남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 꿈속의 남자
이제 5년이 지났다.
그러나 가끔,
나는 꿈에서 그 남자를 본다.
꿈속에서,
나는 농협 본점 앞에 서 있다.
그 남자는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입을 열어 묻는다.
"왜 날 찾아왔어요?"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오래전 그날처럼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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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그깟 복권 한 장 (괴담, 소름썰)
<※ 브금입니다.>1. 우연한 선택그날, 우리는 단순히 로또를 사러 갔을 뿐이었다.추석을 앞두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어느 슈퍼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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