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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을 협박하고 욕해도 괜찮았다? 중세시대 성인 숭배 이야기

미스털이 사용자 2023. 8. 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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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피아크르, 꼼짝마. 피아크르, 까불면 나한테 죽어."

- 11세기의 어느 농노, 치질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으나 효과가 없자 성 피아크르의 석상을 부수며.

 

엇! 중세시대엔 이런 신성모독을 해도됐던 걸까요? 이번엔 성인비하의식이 무엇이고, 보편적으로 행해지된 까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성인숭배가 뭘까? - 너무 살기 힘들었던 중세 초기

 

 

 

"대도시가 남긴 잔해들의 한 가운데에 비참한 주민들의 뿔뿔이 흩어진 무리들과 지나간 재난의 증거들만이 우리들에게 아직까지도 옛날의 이름들을 증언해주고 있다"

- 5세기 초, 오로시우스

 

 

4~7세기의 중세 초는 말그대로 지옥이였어요. 당시 로마가 동서로 분할되었고, 서로마의 경우 이민족들의 잦은 침략으로 결국 망하기 까지 했으니까요.

 

 

 

 





도망노예, 살인중독자, 공동체의 낙오자, 술주정뱅이, 사교신봉자, 노상강도들이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언제든지 불쑥 튀어나왔고, 야만족들은 저마다 가시덤불을 두른 오두막 안에 스스로를 가두곤 했습니다. 

 

 

 




문명은 마치 대양 위의 섬, 하늘의 별, 그리고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점으로 찍혀서 고립 그 자체였습니다. (폐쇄와 고립으로 점철된 중세초기는 암흑시대로도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은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고, 여자들은 몸을 팔지 않고서는 순례 여행을 마칠 수 없었다고 해요. 흥미로운 점은 당시 사회는 생명보다 재산을 중요시 여겼기에, 도둑은 사형당했고 살인자는 벌금을 냈습니다.

 

 

 

한편 프랑크인(자유인)들은 세금을 피(목숨)로 대신 냈습니다. 짤랑거리는 돈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창피한 일이었고,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우는 것을 영예롭게 여겼기 때문이죠. 

 

투르의 그레고리우스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 속에서 정의를 발견했다."고 말했듯이, 사적인 원한에 의한 복수는 일상이 되었고, 심지어 장려하기까지 했습니다. 온갖 곳에서 피튀기는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이 피를 머금고 새롭게 피어난 봉건제의 전통은 사방에 요새들을 세웠는데, 조르주 뒤비는 이를 일컬어 "권위가 수많은 자율적 세포 속으로 분산된 것"이라 했습니다. 

 

침략이 들끓었고 재산을 목숨보다 귀중히 여겼으며 사방팔방에서 싸우느라 정신없었던 중세초기..

제국이 무너지고, 권위가 산산조각 나 버린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고 의지할 수 있었을까요?

 

이때 죽음을 경건히 하고 죽음을 초월하는 사람, 성인聖人이 등장해요.

 

무너져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등장한 성인聖人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불안을 떨쳐버리게 기도하고 안정을 얻고자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야레야레.. 예상은 했었지만...이 정도의 진심불꽃이라니 이런이런, 천국으로 가버릴 수밖에>

 

 

성인이라 불려지게될 사람들은 갖가지 고난과 맹렬한 탄압을 죽음으로써 이겨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자세는 한 사람의 순교를 통해 열 사람, 백 사람의 개종을 이루어냈습니다.

 

 

 



한 사람의 순교를 통한 열 사람, 백 사람의 개종, 그것은 성인숭배의식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흑사병을 비롯하여 각종 기근이나 전염병, 전쟁과 같이 끔찍한 재난 상황때, 성인들 본인이나 성인들의 유골과 같은 성유물에게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성인들이 누리던 인기는 거의 지금으로치면 아이돌 뺨치는 수준이었다고 해요.

 

 

 

Nheyob, CC BY-SA 4.0 <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 via Wikimedia Commons  테레사 누나

 

 

 

중세시대의 성인들은 별별 기적을 다 가진 기적 스킬보유자였는데,

1) 병걸린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적,

2) 악령을 쫓는 기적,

3) 그리고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기적,

4) 괴물 용을 쫓아내는 기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초능력을 쓸 수 있었다고 하죠.

 

 

성인은 하느님 예수님 제외하면 세계관 최강자였던 것입니다!

 

 

 

그런 엄청난 기적들은 성인들이 죽어서도 성인들 자신의 유골을 비롯한 성유물들을 매개로 삼아 계속 이어졌는데요,

 

 



<인피니티 건틀렛의 모델이 된 테레사 데 헤수스 누나의 왼팔 성유물>




 

 

교부敎父 성 아우구스티누스 또한 순교자의 성유물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하느님이 그의 신앙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말하며 성유물이 일으키는 기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중세인들은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성인들의 영적인 기운이 성유물에 깃들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매개로 이미 고인이 된 성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믿었대요. 

 

 

 

그래서인지, 중세인들은 성인의 기적 파워가 꼭 필요할때 무심하게 잠자고 있는 성인을 깨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깨어나세요, 성인이여!>




한 예로, 영주가 말에게 수도원 소유의 농작물을 먹이자 극대노한 수사들은 수도원에 깃들어 있는 수호성녀 생트 푸아St. Foy를 소환하기 위해 '과도한 외침' 이라는 장시간의 기도의식을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우연인지 아니면 진짜 기적인지 영주의 말이 스스로 물어뜯다가 옆구리가 터지며 넘어져 죽어버린 것이었어요! 수사들은 당연히 생트 푸아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 사례는 믿거나 말거나 일이 좋은쪽으로(말한테는 나쁜쪽으로) 풀린 일인데, 당연히 반대 사례도 있었어요.

 

 

 

성인이 기도를 쌩까버릴 때도 있었던 것이죠.

 

 

 

 

성인비하의식

“십자가와 성유물을 보관한 성역에서 주님의 신성한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고, 교회의 문들은 가시로 봉쇄되었으며, 종이 울리고 성가가 울려 퍼지면서 과부된 교회가 신음하고 울부짖는 것처럼 모든 전례가 중지되었다”

-오르데리쿠스 비탈리스(Orderic Vitalis), 1090년 르망에서 일어난 성인 비하의식을 묘사하며.

 

 

성인이 기도를 안들어 줄 경우, 사람들도 화가 많이 났는데요, 왜냐하면

1) 성인과 인간은 일종의 계약관계로 묶여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2) 간절히 기도했는데도

3) 기적을 안내려주는 것 => 명백히 계약불이행이었던 것이기 때문이죠.

 

 

성인은 하늘나라의 하느님과 지상의 속인들 사이를 잇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 의무를 방기했으므로 그때 중세인들은 그걸 명확히 성인들에게 일깨워줘야 했습니다.

 

 

교회나 수도원은 그럴때면 성인에 대한 숭배를 멈추고는 성도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문을 막아버렸고, 큰 소리로 성인을 꾸짖거나 탄원했습니다. 

 

 

한편, 농민들은 좀 더 과격한 방법을 선호했는데요.

 

 

바로 성인들의 석상에 매질을 하고 제단을 지팡이로 두들기는 것이었습니다.

 

 

 

케르시(Quercy)에서는 흉년이 들자, 농민들이 교회로 달려가 성인들의 입상을 끌어 내리고 매질을 하였고,

 



 

 

 

앵(Ain)에서는 처녀들이 성 블라시우스(St. Blaise) 에게 기도하며 그 해에 결혼을 못하게 되면 성인의 입상을 론강에 던져버릴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론 강.




 

생칼레쉬르아니유 (Saint-Calais-sur Anille) 수도원 토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은 지역 영주의 행패를 도저히 참지못해 하루종일 금식한 후, 수도원으로 달려가 제단을 감싼 천을 벗긴 뒤에 성인의 유골이 담긴 제단을 마구 두들겼고,

 

 

농민들은 예배당의 청지기들에게 끌려나갈때까지 계속해서 "성스런 주여 당신은 왜 우리를 보호하지 아니하나이까? 왜 그렇게 우리를 무시하고 해방시켜주지 아니하나이까"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성인께서 농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셨던건지, 그 악독한 영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농민들은 영주의 죽음이 자신들이 성인께 항의한 결과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겠죠.

 

 

 

 

 

 

 

 

Q : 이렇게 기적을 퍼주면 뭐가 남나요?

A : 신자들이 남습니다.

 

 

 

 

 

 

교훈 1: 역시, 세상만사 소통이란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교훈 2: 잠깐 소통이 안돼도 채찍질하면 될 수도 있다.

교훈 3: 강력한 성인들도 결국, 직접 신앙심 쏴주는 유저들의 트럭시위에는 굴복해버릴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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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성인들을 욕하고 멍석말이해도 괜찮았던 중세시대?! 성인비하의식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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