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담배를 피워 걸걸한 남성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얼음 욕조에 처박히기라도 한 듯 혈관에 아드레날린이 내달리는 것이 느껴졌다. “살려줘!” 나는 침낭을 내던지듯 벗었다. 그리고 손전등을 쥔 채 텐트에서 나갔다. 목소리는 길이 없는 산중으로 나를 이끌었다. 손전등의 빛은 한밤중의 산 앞에서 무력했다. 나는 40살 먹은 과체중의 생물학자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쥐어짜 가까스로 나무뿌리와 관목 따위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졌다. 속도를 늦춘 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을 빼곤. 숨을 고르기 위해 몸을 숙였을 때 머리 위편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