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갯마루 토째비
경상북도 반진개(신안)는 제가 자랐던 곳입니다.
그다지 특색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키던 토째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철들기 전에 고향을 떠났기에 아직도 그 놈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야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토째비라는 것입니다.
토째비란 도깨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흔히 도깨비라고 하면 두 개의 뿔에 가시 방망이를 들고 다는 것으로 동화나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이민 온 일본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토종 도깨비는 도포 같은 것을 입고 갓을 쓰고 다니며,
그리고 집에 눌어 붙어 서양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데,
이런 집을 터가 세다고도 하고 보통 도깨비집이라고 부릅니다.
여하튼 고향의 토째비는 어느 특정한 집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넘나다니는 반고개라는,
애장터가 있는 고갯길에 주로 나타나 밤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자주 골탕 먹였습니다.
이 토째비의 장난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친척 할아버지께서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약주가 과해서 사람들이 자고가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혼자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 한다고 만류를 뿌리치고 취한 걸음으로 반고개를 넘어갔습니다.
옛말에는 조용한 밤길을 걸을 때 어느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세 번 까지는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呂)아무개 영감 어디가나?"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아셨습니다.
"이보게 여공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래그래, 가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체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 개울인데 바지 걷게."
할아버지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여기는 가시덤불인데 이제 바지 내리게."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늦었네. 여기가 내 집이니 여기서 자고가게."
"응 그러지."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 멀리 동이 트는 새벽.
축축한 논두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십니까?"
할아버지를 깨운 사람은 같은 동네의 조카뻘 되는 학생인데, 새벽밥 먹고 학교가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는 산발한 상태고, 상의는 온데간데없고, 하의는 죄다 찢어져 드러난 맨살엔 온통 가시덤불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으응? 여기가 어디지 분명 친구네 집에서 잤는데……."
학생이 불러온 동네 장정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토째비에게 홀린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를 친구라고 여기고 밤새도록 온 산을 헤매고 다녔던 것입니다.
가시덤불이 나오면 개울이라고 바지 걷으라 하고, 개울 나오면 가시덤불이라고 바지 내리라고 하고 등등.
할아버지가 토째비에게 홀린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한 동안은 열시 넘어 어느 누구도 절대로 반고개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2. 저희 어머니 어릴 적 도깨비 실화(별 거 없음 주의)
저희 어머니가 어렸을 적 이야기에요.
국민학교 시절이라고 했으니까 60년대 중~후반 쯤일 거에요.
어머니의 고향은 충북 제천의 시골이에요.
지금도 명절에 가면 외갓집은 논밭 밖에 없는 시골이죠.
(제천 자체는 도시에요.
번화가도 있고.....무시한 거 아니니 제천 시민 기분 나빠하지 마세용. 다만 외갓집이 시골.)
어느 날 아침에 일어 나셨는데 부엌에 웬일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두런두런 얘기하고 계셨대요.
그 당시 남자, 특히 외할아버지 성격 상 절때 부엌 들어가실 분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도 궁금해서 부엌에 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가마솥 뚜껑이 가마솥 안에 들어 갔다는 거에요.
그래서 가마솥은 봤더니 정말 뚜껑이 감쪽같이 안에 들어가 있더래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가마솥은 입구가 훨씬 좁아서 뚜껑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잖아요?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도깨비들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먹을 것과 빈 그릇에 냉수를 떠서 빌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외할머니가 먹을 것과 냉수를 준비해 부엌에서 비셨대요.
그리고 그 날은 옆집에서 밥을 빌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하셨어요.
어머니의 집이 큰 과수원과 방앗간을 동시에 해서 그 당시에는 동네에서 제일 잘살았는데
밥 빌어 먹은 게 정말 처음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둥 뚜껑이 원래대로 돌아왔대요.
이 이야기를 들은 지 꽤 되었고 그 얘기를 들을 당시에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안 믿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정말이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정말 예전에는 지금과 다른 무언가 있었던 걸까요?
요즘 도깨비 이야기가 올라와서 적어봐요.....
저의 어머니 실화입니다.
3. 도깨비와 씨름한 외할아버지
우리 외가집은 강화에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강화에는 여기저기 유적지가 많은데요
외가집도 그많은 유적지중 한곳인 강화서문 근처였습니다.
주변엔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었던 연무당터도 있고
그뒤로는 작은시내가 흘러 어릴적엔 많이 놀러가곤 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집을 짓는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옛날집을 짓는 목수셨겠지요
힘도 장사셨고 성격도 호탕한 분이셨다고 하네요
매번 남의 집만 지어주시던 외할아버지께서 마침내 터를 얻어 집을 지으시게 되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서문근처 산 어귀였답니다.
산어귀라해도 야트막한 언덕 근처라고나 할까요
여튼 터를 잡고 집을 짓던 어느날 외할아버지 께서 점심을 드시고 낮잠을 주무시는데...
꿈에 왠 무사 한명이 서문 저편에서 막 달려오더랍니다.
그러더니 이놈 여기는 내땅이다. 썩 물러나거라!
하며 호통을 치더랍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도 지지 않으시고
이놈 니까짓 놈이 뭔데 가라 마라 하느냐 하며 버티셨다고 해요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씨름으로 승부를 보기로했는데 ...
결과는 외할아버지의 승!!
기분좋게 승리를 만끽하시던 외할아버지께 그 무사는 분하다는 듯 이놈 내가 가만두나 보자!!
라고 소리친 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 벌어졌다네요
집은 무사히 다지었는데 밤만되면 저벅저벅 소리와 함께
벽에다가 자갈을 붓는 듯한 소리가 쫘르륵 쿵 쏴아~하며 들려왔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장난인가 싶어 나가보면 아무도 없고 아침이되어서 나가봐도 돌한조각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무섭고도 기이한 일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그 이후로 계속해서 그 무사와 싸우는 꿈을 꾸셨고
자꾸 술을 드시는 일이 잦아 지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결국 외할머니께서는 그집을 떠나 이사하시게 되었지요
그 이후엔 다행히도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몇가지 첨부하자면 그집 짓던중에 오래된 도자기가 나왔다던가...
그집에서 밤에 서문쪽을보면 도깨비불이 왔다갔다 했다던가 하는 에피소드도 있긴합니다.ㅎㅎ
4. 잠이 안와서 쓰는 지인들 실화
또 잠이 안와요 방학이라 그런가 ㄷㄷ
제가 겪은건 아니고 지인들이 들려준 실화 간단한 거 몇 개 들려(?)드릴게요
처음 썰은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겪으신 거여요
어머니께서 10살 때 일입니다.
방학이고 학교 친구들이 불러서 신나게 노셨답니다.
지금이야 애들 피시방가거나 집에서 컴퓨터한다지만 그때는 그런 게 있나요
고무줄놀이며 뭐 죄 밖에서 노는거죠
놀다보니 해도 져가고 배도 고프고 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요즘 아파트단지는 빽빽히 지어져있지만 그때만해도 듬성 듬성 집들이 있었다고해요.
어머니 사시던 집은 산 바로 아래에 있었는데 어두워지면 산이 엄청 껌껌하고 무섭자나요
그래서 막 집까지 뛰어가는데 집 뒷쪽에 엄~청 큰 사람이 보이더래요
집에는 담이 쳐저있어서 안쪽사람이 거의 안보이는데
그사람은 어찌나 큰지 담 높이의 두 배는 되보이더란거죠
너무 놀라서 할머니!! 하면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할머니 집뒤에 이따만큼 큰 사람있어 라고 말씀드리니 할머니께서
우리 손녀 도깨비를 봤나보구나 하며 웃으셨대요 .
그때서야 어머니께선 그게 도깨빈 줄 아신거죠
으... 이번에도 마무리가 어렵네요 끝입니다.
쓰다보니 슬슬 졸리니 다른 썰들은 다음번에 잠이 안오면 그때 또 쓸게요
5. 새벽에 쓴 실화가 반대가 없기에 술도 취했겠다 몇 개 더 풀어봅니다 .
지난번에 도깨비였으니 알고있는 도깨비 썰 하나 더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 들려준 썰입니다.
정확히는 선생님 할머니썰이죠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그렇듯
비가 온다는 이유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서 들은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쌤 할머니께서 5~6살 때 일이랍니다.
제기라고하나요? 제사지내는데 쓰는 그릇을 옛날엔 큰집에서 빌려썼나 봅니다
그 제기를 빌리러 집에서 부리던 하인이 큰집에 가는 걸
할머니께서 집에서 놀기 심심하다고 졸라서 같이 따라갔더랬죠 .
큰집이 논길따라 3~40분 걸리는 마을에 있었다고 합니다 .
모내기 끝나고 막 벼가 자라던 때라고 기억한다고 하셨죠.
큰집이 산안쪽에 있었다고 하는데 배산임수!
앞쪽으론 폭포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합니다
돌쇠(편의상)가 아씨는 폭포보며 놀고 계셔유 하시고 혼자 큰집있는 산속으로 들어가고
할머니께선 폭포쪽으로 돌도 던지고 하며 놀고계셨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놀고있는데 폭포쪽으로 사람들이 목욕하러 오는 겁니다
동방예의지국의 소녀답게 할머니께선 안녕하세요! 하고 크게 소리질러 인사하셨답니다.
처음엔 그 어른들께선 어디서 들리는 소린지 두리번 거리다
위를 보고 껄껄거리시더니 손을 흔들어 주셨답니다
할머니께선 같이 웃으시며 마주 손을 흔들면서 처다보고 있는데 돌쇠가 돌아왔답니다
-아씨 누구한티 그래 손을 흔드시남유? 하고 물어보기에
-저기 물놀이 하는 아저씨들
하니 돌쇠가 저기 물놀이 헐대가 어딧다구 하며 같이 밑을 쳐다봤더랬죠
그러더니 돌쇠가 막 부들부들 떨더니
힘들게 빌려온 제기 던져버리곤 할머닐 들쳐업고 막 뛰더랍니다
돌쇠가 막 비명도 지르고 자신을 들고 뛰고하니 무서워서 울었더랬죠
논을 가로질러 미친듯 뛰어오던 돌쇠가 마을입구가 보이자
할머닐 내려주시며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고합니다
-저기 폭포 아래가 얼마나 깊은 곳인디 사람이 저서 놀아유 아씨 .
사람이 저래서있을라문 키가 못해도 제 다섯배는 될거여유
저건 필히 도깨비여유 아씨 하더랍니다 .
물론 돌쇠는 도깨비있다고 오늘 절대로 거긴 못간다고하다 많이 혼났다고 합니다.
http://mrlee.co.kr/pc/view/story/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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