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과 같이 보시면 더욱 재밌습니다.>
-1933년
독자Q :
귀사의 계몽운동을 환영하는 바입니다만 조선의 문맹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A :
100명 중 3명이 문맹자인 독일이 현재 가장 문맹률이 낮은 나라이고, 100명 중 90명이 문맹인 인도가 가장 문맹률이 높습니다.
조선은 100명 중 67명쯤 된다 하니 뒤에서 세번째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일소해 내겠습니다.
독자Q :
요새 값싼 물건 하나쯤 추천해 주십시오. 연말 상여금도 받았겠다….
기자A :
박사(博士) 학위가 요즘 똥값이오니 참고하십시오.
독자Q :
설령 상대방이 서얼(庶孼) 이라 할지라도 나이가 더 많다면 존대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A :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Q :
삼프라는 걸로 머리를 감는다는데 삼프가 대관절 뭡니까?
기자A :
'샴푸' 라고 해서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가루약입니다. 백화점이나 약방 가서 구해보시지요.
독자Q :
요즘 과학이 이만큼이나 발달했는데 고문 없이 죄인을 가려내는 세상은 요원하단 말입니까.
기자A :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독심술을 개발해낸 것도 아니고 하여, 여전히 고문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독자Q :
본지에서 연재중인 '지축을 돌리는 사람들' 의 저자가 미인이라면 내게 소개시켜 주오.
내가 미남 십만장자의 독자이외다.
기자A :
미남의 아들이라고 미남이라는 법은 아니겠습니다만 부잣집 도련님 심기를 상할까 저어되어 더 딴죽은 안 걸겠습니다.
그리고 저자이신 이무영 선생은 남자이십니다.
독자Q :
자식 셋을 둔 중년입니다만 이번에 아내와 사별했습니다.
아무래도 계모가 친자를 학대하는 사례가 많아 재혼이 저어되었으나 가정형편상 재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인들은 저더러 신여성을 얻으라 하고, 동네 주부들은 구여성을 새신부 삼으라 합니다.
노모를 봉양하고 자식의 교양을 쌓기에는 구여성과 신여성 중 어느 쪽이 더 나으리라 보십니까?
기자A :
구여성이니 신여성이니 하는 구분은 별 의미 없고 결국은 사람 나름이지요.
독자Q :
지금 조선땅에서 제일 가는 조선인 부호는 누구입니까?
기자A :
민영휘 씨입니다만 그보다 부자인 사람은 '욕심이 없는 사람'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1934년 2월부터 다시 지면관계상 해당 코너가 사라지게 되었으나,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가 이어져 1년 뒤인 1935년 3월 15일 '살롱' 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선언을 합니다.
- 1935년
독자Q :
응접실을 즐겨 찾던 사람인데 살롱으로 다시 열었으니 아주 기쁩니다. 이제는 휴업하지 말고 계속 운영해주세요.
그나저나 요즘 붐이 일고 있다는 광산업에 대한 상식을 얻고자 합니다. 참고가 될 만한 서적이 있을지요?
기자A :
손님이 오시는 이상 살롱은 계속 열어두어야겠지요!
광산에 대해서는 오하영 저자의 '광업보감', 혹은 김용관 저자의 '광산 발견 및 경영법' 이 좋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발간하는 잡지 '신동아' 작년 9월호에 광산 특집이 실려있사오니 참고하십시오.
독자Q :
요즘 '학교 나온 계집들은 장님이나 마찬가지' 라고 말들이 많습니다. 학교를 보내줬는데도 이 무슨 모순된 평가인지!
전 지금까지 이게 단순히 비하 섞인 욕설이라고 생각해 왔었으나 직접 확인해보니 문제가 심각합니다.
소위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여성들이 재봉도 못하고 가사실력도 형편없는 걸 보니 대체 뭘 배워왔나 싶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여성을 위해서라도 현대 가정과 사회에 걸맞는 여성맞춤형 교육개혁을 실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A :
에이…학교 다닌 여자라고 다 그따위는 아니겠지요. 한쪽 면만 보시고 성급히 판단하신 듯.
독자Q :
지금 조선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서관은 어디이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도서관은 어디입니까?
기자A :
용산에 있는 철도도서관이 가장 오래된 도서관입니다. 자료 충실하기로는 총독부도서관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요.
독자Q :
한글공부를 하는데 자습서에 '백두산은 한배님나신대로 유명하고' 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배님은 뭐 하시는 어르신이죠?
기자A :
단군이십니다.
독자Q :
내년 베를린 올림픽에 김은배 군이 출전할 수 있을까요? 손기정 군은 출전이 결정되었는지요?
기자A :
김은배 군은 미국 올림픽에 다녀와서 연습하던 중 개에게 다리를 물린 관계로 당분간 마라톤 출전은 어렵다고 합니다.
손기정 군은 아직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십중팔구는 가게 될 듯합니다.
독자Q :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뭐시기 행운의 편지란 것을 받았는데 같은 내용의 편지를 아홉 사람에게 돌리라고 합디다.
보내자니 미신 같기도 하고 무시하자니 불안하기도 한데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기자A :
할 일 없고 배부른 사람들의 못된 장난이니 받는 대로 찢어버리십시오.
독자Q :
아직 인류가 북극조차 정복하지 못했는데 지구가 구형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오?
기자A :
물론 지구 곳곳에 아직 미답지가 많기는 하나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정설입니다.
독자Q :
동아일보 창립 15주년 행운권 1등 경품이 금강산 유람 상품권이잖아요? 근데 전 당첨돼도 여건상 갈 수 없으니 어떡하죠?
기자A :
…일단 당첨되시고 나서 고민하시죠.
독자Q :
공자, 석가, 예수,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세계 4대성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분들 외에도 성인이라 부를 만한 위인이 계신가요?
기자A :
다카야마 초규(高山樗牛) 의 '세계사성' 이라는 글 이후로 위의 네 사람을 사대 성인이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기준이 뭘까요?
경우에 따라선 10대 성인도 될 수 있고 15대 성인도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성인이라 하면 제 기준으로는 윤리규범을 솔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 성인이라면 얼마든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아예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집어서 부르긴 곤란하네요.
덤. 1935년의 원조 씹선비
"기자 양=아가씨(孃)! 답변 시원시원하게 하는 게 꼴사나워서 내가 혼내줄 작정으로 어려운 문제를 가져왔지 엣헴!(수염 내리쓸고)"
기자 모에화+선비체+스노비즘+오덕괄호체…시대의 선구자
번외)
독자Q:
올해 열여덟 살의 애연자, 담배가 해롭다니 그만둘까요? 그대로 피울까요? (인천 사는 독자)
기자A:
해로운 줄 알면서도 가부(可否)를 남에게 물으시니 단연(금연)은 십중팔구로 틀렸다고 생각됩니다. 잘 헤아리십시오.
독자Q: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마음에 두었는데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제일 친한 친구를 마음에 두었으니, 그 친한 친구가 어떻게 하여야 좋겠습니까?
기자A:
문제는 간단합니다. ‘친구 남자가 그 여자에게 대하여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 문제는 귀결이 됩니다.
만일 마음이 있다면 우정과 연애의 싸움이니 결국 승리는 친구 남자에게 있을 것이나, 취사(선택)는 자유이겠지요.
그러나 만일 마음에 없는 경우에는 그 사랑에서 피하는 것이 양책(상책)입니다.
독자Q:
응접실 부활 만세! 만만세! 인제 다시는 문 닫지 말아 줘~
기자A:
그래 보리다. 그러나 만세는 삼가십시오. 잘못하면 제령7호에 걸리시리다.
독자Q:
남자는 유처취첩(부인이 있지만 첩을 취한다), 여자는 불경이부(두 남편을 섬기지 못한다)라 하니
대관절 이 법을 누가 제정하셨습니까? (재(在)동경 절대미인)
기자A: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는 불경이부’라는 왕촉의 말이 있지만은,
유저취첩하는 것은 어떤 남자들의 월권적 행동이지 법적 제정이야 있을 리 없습니다.
36년 5월 17일 응접실
독자Q :
여보세요 망중한씨. 에티오피아를 동정하는 사람이 있으나 본래 인위도태라고 야만국은 문명국의 밥인데 그 필연적인 운명을 동정할 거리나 있나요.
기자A:
천도는 만물을 아울러 기르고 거르는법이 없는데, 야만국 문명국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주장은 각각이라 제 멋이려니와 노형 생각은 허무맹랑한 생각이라고 응접자는 믿습니다.
더구나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주는것이 인지상정인데 노형정은 무슨 정이되어서 그렇게 삐뚤어진 정이든가요.
http://mrlee.co.kr/pc/view/mystery/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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