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우물가에 가면 안되는 이유 (공포썰)

제가 어릴 적, 친조부모가 사는 규슈에 같이 살았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의 저는 탐험 놀이에 빠져 자주 집을 빠져나와 근처를 뛰어다니며 야산에서 곤충을 잡고 놀았습니다.부모는 방임주의였고, 조부모는 손자에게 자유롭게 해 주었기 때문에 여름방학 숙제를 빼먹어도 탓할 사람이 없었어요.

8월 중순 어느 날 훌쩍 산책을 나갔습니다. 할아버지께 부탁부탁해서 가게에 아이스를 사러 나온 것이죠. 하지만 도중에 나쁜 버릇이 생겼어요.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은 빈집이 많이 있었습니다.지붕 기와가 이끼고 유리창이 깨진 폐허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호기심이 부글부글 솟아올랐습니다.

 

폐허에 잠깐만 들어갔다와도 괜찮겠지.
담을 넘으니, 잡초가 무성한 마당이 맞아주었습니다. 문패는 없었어요.

 

우와 우리 정원보다 훨씬 넓다!

분명 부자가 살고 있었겠죠 그 집은 엄청 큰 부지를 가지고 있었어요.완전히 흥겹게 뛰어다니는데 뭔가에 걸려 풀썩 넘어졌어요.

"으악!"

무릎을 문지른 통증에 눈물을 글썽이는데, 저쪽 풀섶에 파묻혀있는 듯한 오래된 우물이 보였습니다. 우물은 생전 처음 본거라 신기했습니다.

"안에 어떻게 돼 있지?"

무서운 줄 모르는 나는 즉시 일어나 오래된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하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요.물은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발밑의 조약돌을 주워 던져 보았습니다.그러자 뚝뚝 물소리가 납니다.바닥 쪽에 조금만 쌓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재밌어져서 연달아 툭툭 돌을 던져 넣었습니다.한층 더 신이 나서 조약돌에서 주먹 크기로, 결국에는 한 아름이나 되는 돌을 들어 올렸죠.

"에잇!"

천진난만한 구호와 함께 그것을 떨어뜨린 직후……물소리 대신 내 귀를 관통한 것은 개구리가 으스러진 듯한 비명이었습니다.

"그래, 그래."

"어?"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히 사람 목소리였어요. 설마 우물 바닥에 누가 있었나?그런 줄도 모르고 돌을 던져 떨어뜨린 자신의 행위에 파랗게 질려 몸을 한껏 내밀었습니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나요?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우물 바닥은 여전히 캄캄하고 조용합니다. 이래서는 사람이 가라앉아 있어도 알 수 없어요. 좀더 자세히 보려고 상체를 숙여보려하자,

누군가에게 떠밀렸어요. 흔들흔들 흔들린 몸이 금세 우물 속으로 빠졌습니다.

비명을 질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기억나는 것은 물의 차가움과 시야를 감싸는 어둠뿐입니다.
아까는 아주 조금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떨어져 보니 초등학교 3학년인 제 허리 근처까지 물이 차올랐습니다.

"누구없어요-, 도와줘요-!"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청했어요.당연히 아무도 와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인적이 드문 마을, 게다가 빈집입니다.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집에서 편안히 계시고 있겠죠.

아, 바보짓 하는 거 아니었어. 우리집에서 얌전히 숙제라도 하고 있을걸. 허튼 생각 안했더라면 지금쯤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텐데...

왠지 슬퍼져서 코를 훌쩍이자 수면에 둥둥 떠오른 무언가를 깨달았습니다. 예쁜 수정 염주였어요.

 

뭐지? 누가 잃어버렸나?

투명한 염주를 보고 무심코 손목에 감아 봅니다.그때 누가 발목을 잡았어요.

"헉!"

 

끌려들어간다!

 

엄청난 힘으로 손가락이 파고듭니다.입에 많은 양의 물이 흘러들어가서 힘들었습니다. 허둥지둥 몸부림치는 내 하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끔찍했습니다. 온몸이 비늘로 뒤덮인 벌거벗은 남자였어요.

"우와아아아!"

게다가 나를 때려눕힌 것은 우물 바닥에 수북이 쌓인 동물의 뼈였습니다.개나 고양이는 물론 잘 모르는 동물 뼈까지 있었습니다.

"으악! 미안해요!"

남자의 이마는 쩍 갈라져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아까 제가 던진 돌이 맞은 거죠. 눈을 감고 체념했어요.여기서 죽으면 누가 시체를 찾아줄까요, 묵은 우물 바닥에서 뼈가 될 때까지 잊혀질까요?

흐느끼며 날뛰고 염주 두른 손으로 뿌리치는 순간 남자가 뛰어나왔습니다.

 

지금이 기회다!

 

돌로 된 벽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우물 바닥에서는 부스럭거렸고, 엉망으로 휘두른 손이 발밑을 스치고 전혀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기어올라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진맥진했습니다. 다시 우물을 들여다보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흠뻑 젖어서 귀가한 제게 할아버지는 놀랐고 부모님께는 큰 꾸중을 들었습니다.
제가 횡설수설 빈집 체험을 보고했더니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왠지 깜짝 놀라 어색한 얼굴을 마주합니다.

"할아버지, 저 집 알아? 우물에 있던 이끼는 뭐야, 가르쳐 줘."

"거기는…기림 우물이야."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은 수십 년 전 그 집에 살던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가족은 사이비신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근의 취락을 포함해 백 명 정도의 신도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원의 우물…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모시는 우물을 '기림 우물'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했습니다.

"할애비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패거리들은 우물에 뱀을 던져넣고, 그것을 신이라고 말하고 절하고 그랬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며 동네 개고양이를 잡아 바친 적도 있었고"

 

그 우물에서 만난 비늘투성이의 남자가 뇌리에 스치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기림 우물을 모셨던 가족은 자취를 감췄고, 수상한 사이비 종교도 해체되었다고 합니다.

"전에도 스님을 불렀더랬지, 그래서 그 집 근처에서 이상한 그림자를 봤다느니 물소리를 들었다느니 하는 변사가 끊겼어.하지만 안심할 수 없어 액막이 염주를 던져 봉한 것으로 알고 있단다."

스님의 염주 덕분에 살았구나.

이후 빈집에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기림우물을 모시는 일족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우물에는 정말 신이 된 뱀이 있었을까요?

어쩌면 그 신도들 모두, 우물에 몸을 던져 생먹이가 된 것은 아닐까요….

제 등을 밀었던 건 유령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