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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의 모습이 드러나자 (일본괴담 귀신썰)

미스털이 사용자 2023. 9. 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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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Y현의 오래된 절에서

10대째 주지(주지스님)를 하고 있습니다.

선대(9대)셨던 아버지는 재작년에 간암으로 돌아가셔서

제가 그 뒤를 이은 것입니다.

 


저희 절은

전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명한 절로서

멀리서 부터 오셔서

분향과 액막이, 기도를

부탁해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생전의 아버지는

신불의 은혜에 보답하러 오는 사람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직접 상담에 응했습니다.
물론 현재 주지인 저도 예외가 없고

유서 깊은 절이라고 괜히 문턱을 높이지 않고

중생들에게 문호를 열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조상님께 물려받은 지옥도의 일화였습니다.

 

"이 그림은 전국시대 화가가

실제 전장을 보고 그린 그림이란다.

역대 주지들은 이걸 보여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하고 다녔지."

 

"무서운 그림이네요"

 

 

아버지가 저에게 보여준 지옥도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지옥의 옥졸들이 검은 철봉으로

망자 무리를

피바다와 바늘산과 불꽃계곡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울며불며 목숨을 구걸하는

어머니에게서 아기를 빼앗아

먹고 있는 귀신도 있었습니다.

그 끔찍한 광경은 

악몽을 꾸게 만들 정도로

자극적이었습니다.

 

인간의 길에서 벗어나면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니 선행을 쌓아야 한다.

 

지옥도의 무서움에 압도당한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존중하며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그 후 불교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저는

친구 A를 알게 되었습니다.
A는 오컬트에 조예가 깊고

온갖 괴담을 기록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습니다.

방학이 되면 지방을 돌아다니며

현지의 무서운 이야기를 기록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차기 주지인 제가 보기에는

좀 조심성이 없는 남자였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몇 년 만에 A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절에서 백물어를 개최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 백물어 : 여러 사람이 모여 촛불을 백 개 켜놓고,

사람마다 돌아가면서 괴담을 하나씩 하며

괴담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 것.)

학창시절부터

괴담을 좋아했던 그가

현재 괴담가가 된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했던

문외불출의 지옥화도 이야기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던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놀랬습니다.

 

A의 제안을 받아야 할지 거절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몇 년 동안 의지해 온 친구였기에

싫은 소리 못하고 반강제로 허락했습니다.

A는 "당일 기대할게"라며 전화를 끊었고,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결국 친구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죠.
전 본당 마루에 지옥도를 장식하고

그 앞에 정좌하여 불경을 외웠습니다.
A를 비롯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할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다시 생각했습니다.

 


당일이 되자,

A와 참가자가 찾아왔습니다.
전원이 본당에 모여 백물어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동석했습니다.

모두가 스스로를 괴담가라고 자부할 만큼

무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했습니다..

또한 소재 역시

사고, 물건, 체험부터 지인의 실화까지

정말 다양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백물어를 하기에는 머릿수가 부족했습니다.

화자가 중복되어도 기껏해야

하룻 밤에 50가지 이야기가 한계였습니다.

A는 때를 보아 휴식을 제안하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습니 다.

 

"슬슬 예의 그것을 보여줘."

 

A의 재촉을 받아 일어나선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덮개를 벗자

모두들 숨을 삼키는 기색이 전해졌습니다.

촛불의 불길에 비춰진 지옥화도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모두가 말도 잊고 

그림을 바라보는 가운데

저는 옆에 정좌하여 유래를 말했습니다.

 

"이 그림은

전국시대에 실재했던 한 화가가 그린 것으로

문외불출 지옥도입니다."

 

"실제로 처음 보는 것이지만,

역시 장관입니다. 박진감이 넘치네요."

 

A는 거듭 감탄했는데

순간 A는 경악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습니다.


"야, 지금 움직이지 않았어?"

 

"뭐가?"

 

"지옥도 끝의... 이 귀신 말이야"

 

친구가 가리키는 구석에는

새빨간 귀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친구의 장난이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만해. 다들 무서워하잖아."

 

"정말이라니깐, 똑똑히 봤다고!"


친구의 목소리가 커지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수근거렸습니다.


"확실히 움직였다니깐."

 

"한 걸음씩 앞으로"

 

"얼굴도 움직여서 점점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림 속 귀신의 얼굴이 천천히 정면을 향해 돌아섰습니다.

촛불의 불길에 타오르는 듯 했습니다.


"꺄아아악!"

 

맨 앞줄의 여성이 

벌떡 일어나 장지문을 열고 도망쳤습니다.

그것을 신호로 다른 멤버들도

촛불을 걷어차곤 본당의 어둠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전 제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었습니다.

지옥도라고 해도 결국 그림일 뿐,

평면에 그려진 귀신이 움직일 리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순간, 요란하게 소용돌이치는 불꽃 소리와

남녀노소의 절규가 들려왔습니다.

 

"살려주세요."

 

비명소리가 지옥도를 장식한 벽 쪽에서도 들려왔습니다.

요란하게 열풍이 불었습니다.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A가 귓가에 고함을 지르며 내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공포로 머리가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백물어 모임을 허락한 것은 실수였다,

지옥도를 구경거리로 삼는 것이 아니었다'고

저는 경솔한 판단을 진심으로 뉘우쳤습니다.

 

"A, 나는"

 

순간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무겁고 단단한 금속이 바닥에 긁히는 소리도 났습니다.

 

"으아아악!"

 

무시무시한 단말마가 들리고,

무언가 쓰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습니다.
잠시 후 참가자 중 한 명이 촛불을 다시 켰습니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A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괜찮아? 정신 차려!"

 

즉시 구급차를 불러서 목숨은 건졌지만

A는 두개골에 금이 갈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달려온 경찰은

어둠 속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고로 처리했습니다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A는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 쓰러진 것입니다.

 

사건 후에 도코노마로 돌아보니

그 지옥도가 걸려 있었습니다.

오른쪽 구석에 그려진 붉은 귀신은 

거대한 철봉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봉의 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백물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저런 게 없었는데...
나는 결코 귀신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손길로 지옥도를 떼고 둥글게 말았습니다.


그 귀신이

사람의 생사에 얽힌 괴담을

함부로 얘기했던 A에게 천벌을 내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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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지옥도가 만들어낸 아비규환 (소름썰 일본괴담 공포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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