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자] 언제부턴가 진자가 나오는 꿈을 꾸고 있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텅 빈 공간에 선 내 앞으로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야 한 번씩 지나가는 진자, 처음엔 일 분이었고, 천 번을 셈하자 꿈은 끝났다. 땀으로 흥건한 침대를 박차고 확인한 날짜는 다행히 하루가 지나있었다. 그러나 찰나처럼 지나가던 진자는 나날이 길어져 시간마다, 결국엔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야만 한 번씩 지나가곤 했다. 놓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단 하루일뿐인 꿈속에 영겁을 바친 채. 진자가 천 번 흔들리기를 바로 세어야 했다. 진자가 해마다 돌아오는 걸 놓쳐가며 겨우 천 번을 세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젖은 침대에서 일어난 날, 나는 오늘을 살지 않기로 결심하고 목을 매달았다. 의외로 평온한 기분, 고통 따윈 느껴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