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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음식점, 착한 사장님 (한국괴담 공포썰)

미스털이 사용자 2023. 9. 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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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선물 세트를 들고 

작은 건물들이 엉성하게 엮인 골목을 지나가자 

익숙한 건물 하나가 날 반겨주었다.  
달동네를 뒷배경으로 한 채 허름하지만,

당당히 서 있는 2층 건물.

2층은 인력 사무소였고

1층은 내 목적지인 희망식당이었다.

 

 

가격저렴.

 

출입문에 커다랗게 쓰여 있는 빨간 글씨가 

간판 글자보다 더 눈에 띄어 

이 가게의 정체성을 여실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묘해짐을 느끼며 

힘차게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 왔어요. 사장님.”

 

가게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전혀 불만이 없었다.
이것도 

이 가게만의 색이라 할 수 있으니까.
인테리어랄 것도 없는 잡동사니들에 

낡은 테이블 대여섯 개뿐인 

작은 식당 안엔 

척 보기에도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이 

허겁지겁 식사하고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들. 

달동네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
그리고 근처 고시촌의 장수생들. 

대부분은 소개하지 않아도 

상황을 알만한 사람들이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오랜만에 왔네. 우리 성공한 동생.”

 

주방 안에서 사장님이 나오며 

나를 반겨주었다.
몇 년 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힘겨운 고시원 생활을 할 때,
이 식당과 사장님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돈을 아끼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내가 굶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않게 버티도록 도와주었기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지금도 이렇게 가끔 찾아오곤 한다.

 

“우리 사장님이 만들어준 

고추장 계란 비빔밥 생각이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자, 이거 선물이에요. 

이거 넣어서 

고추장 계란 비빔밥 

한 그릇 맛있게 해주세요.”


스팸 선물 세트를 받아든 

사장님은 잘 알아들었다는 듯 

손을 휘둘렀다.
물을 떠서는 빈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흰 종이에 손으로 써놓은 메뉴는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때를 더 탔을 뿐.
간장 계란밥 2천 원. 

고추장 계란밥 2천 원.
된장찌개 3천 원. 

햄 덮밥 3천 원. 

잔치국수 3천 원...
그 밖에도 값싸고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밥 한 끼 먹으려면 만원은 우스운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메뉴가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이 말이야. 

밥을 굶기 시작하면 머리가 새하얘져.
이성적인 생각을 못 하니까 

훔치고 뺏고 하게 되는 거야.
밥만 든든하게 잘 먹이면 

멀쩡한 사람이 그럴 일은 없어.’

 

오래전 들었던 

사장님의 가게 운영 원칙이었다.
자세한 사연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사장님은 소싯적에 굶기 싫어서 

나쁜 길로 빠져든 듯했다.
이후 정처 없이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감옥까지 가게 되었고,
심성 자체는 착했던 사장님은 

그곳에서 온갖 범죄자들을 보고 

자기혐오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속죄 겸 자신과 같은 사람이 더 생기지 않도록 

이곳에서 터무니없는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이 식당은 

냉장고도, 조리시설도 마땅하지 않은 

판잣집에 사는 사람들이나
끼니 때우기도 벅찬 노숙자들, 

돈과 시간을 아껴야 하는 노동자와 고시생들로 

채워졌다.
사장님 말대로 

적어도 배곯을 일은 없는 그들은 

어긋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나처럼 여유가 생긴 뒤에도 

간간이 찾아와서 예전을 추억하며 

저렴한 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소소한 메뉴긴 하지만 푸짐하고 

또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일부러 먹으러 찾아왔다는 

그 말이 완전히 인사치레는 아니었다.

 

“잘 먹고 갑니다.”

 

옆자리에 있던 고시생 한 명이 

책에 코를 박은 채 일어나서는 

돈통에 현금을 집어넣었다.
우편함처럼 생긴 저 돈통이 

이곳만의 결제 시스템이다.
사장님이 직접 

돈을 받는 경우는 없다.
편의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이 역시 사장님의 배려다.
만약 메뉴판에 있는 적은 돈마저 부족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
그리고 사장님의 배려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잠깐, 이거도 챙겨가. 가져가서 간식으로 먹어.”

 

사장님은 한쪽에 쌓아놓은 주먹밥 두 개를 

포일에 잘 싸서는 

비닐에 담아 들려주었다.
고시생은 꾸벅 인사를 해 보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저 주먹밥은 

나 역시 고시생 시절 

몇 번이나 받아먹은 적이 있었다.
짭짤한 소금간에 안에는 

그날그날 사장님의 냉장고 사정에 따라 

볶은 김치나 소고기 고추장, 참치마요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이 역시 터무니없을 정도로 맛이 있어서 

돈 주고라도 사 먹고 싶은 정도였다.

 

“자, 우리 동생 것도 다 되었네. 

오랜만이니 푸짐하게 했어.”

 

양푼 가득 담아낸 고추장 계란 비빔밥.
호화롭게도 잘게 썬 스팸까지 

올려진 것이 기분 좋게 내 식욕을 자극했다.


“아이고 우리 사장님 이렇게 퍼줘서 

남는 게 있으려나 몰라.”

 

수백 번이나 했던 그 말을 

다시 중얼거리며 

한가득 입에 퍼넣었다.

 

“내가 돈벌라고 하나. 

다들 배곯지 않고 잘 먹고 잘사는 거 

보는 재미로 하는 거지.”

 

사장님의 대답에 

없던 인류애도 솟아날 지경이었다.
내가 그리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사장님께 받은 은혜가 큰데다가
나 역시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에 

음식값으로 오만 원짜리 너덧 장을 

돈통에 밀어 넣곤 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들 덕에 

이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조금은 한가해졌는지 

사장님은 주방에서 나와 

열심히 밥을 먹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런 구닥다리 식당 싸구려 밥 

억지로 팔아줄 필요는 없는데.
돈도 벌었을 테니 이런 거로 입맛 버리지 말고 

좋은 거 먹어야지.”

 

“맛있다니까 자꾸 그러시네.
내가 비싼 것도 먹어보고 

좋은 것도 먹어보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우리 사장님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나 늙어 죽을 때까지는 

식당 해줘요. 

계속 먹으러 올 테니까.”

 

거짓 하나 없는 말로 

사장님을 칭찬해 주자 

사장님도 싫지는 않은지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그래. 

나 힘닿는 데까지는 해야지. 

다들 맛있게 먹어주니까 

내가 쉴 수가 있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하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인 듯 좁은 식당 안이 

훈훈함으로 채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따듯함을 순식간에 

차갑게 얼려버리는 

거친 고함이 들려왔다.

 

“돈 내놔!!”

 

노숙인임이 분명한 사내 한 명이 

깨진 병을 위협적으로 내밀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데다가 

눈이 풀린 모습을 보아하니 

술에 잔뜩 취해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듯했다.

 

“이 개새끼들아 

돈 내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어? 내가 우스워?”


다급히 일어나 뭐라도 해보려 했지만, 

사장님은 날 제지하고는 

그 노숙인에게 말했다.

 

“선생님. 

자 진정하시고 그것부터 내려놓으세요. 

제가 돈 드릴 테니까, 

그거 내려놓으세요.”

 

노숙인은 오히려 더 언성을 높이며 

손에든 병을 휘둘러 보였다.

 

“개수작 부리지 말고 

돈이나 내놔!”


사장님은 천천히 움직여 돈통을 열고는 

안에 든 돈을 비닐봉지에 전부 쓸어 담았다.


“자, 여기 있어요. 

그거 내려놓으시면 

이거 다 드릴게요.
그러니까 위험하게 그러지 마세요. 

내려놓고 이거 가져가세요.”


노숙인은 그제야 좀 진정했는지 

깨진 병을 바닥에 떨구고는 

비닐을 받아들었다.

 

“네. 잘하셨어요. 

다 드릴 테니까 가져가세요. 

그리고... 잠시만요.”


사장님은 다시 주방으로 가더니 

주먹밥 몇 개를 종이에 싸서는 

노숙인에게 내밀었다.

 


“선생님 이거 좋아하시죠. 

이것도 챙겨가세요. 

빈속에 술 드시는 거 안 좋으니까 

꼭 챙겨 드셔야 해요.”


주먹밥까지 받아든 노숙인은 

복잡한 표정을 잠시 지어 보인 후, 

조용히 몸을 돌려 

가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사장님의 너그러운 태도 덕에 

누구 하나 다치는 일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돈 뺐기는 것도 모자라 

먹을 것까지 들려서 보내는 모습에 

감격스럽다기보다는 

너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사장님. 

사장님 마음 뭐 모르는 것도 아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어요?
적당히 푼돈 쥐여주고 보내던가 

경찰을 부르든가 하시지.... 

저 사람 가게 자주 오던 사람이죠?
이제 저 사람 술만 마시면 

계속 찾아와서 행패 부릴 텐데.”


내 우려스러운 말에도 

사장님은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소리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소리. 

오히려 내가 어설프게 수작 부렸으면 

더 행패 부렸을걸?
하려면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아. 

그리고 

뭐 돈 따위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오히려 개운하다는 듯 말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밥이나 먹고 

인사 겸 찾아온 것이지만 

오늘은 여러 가지로 

그냥 떠나기 힘들었다.
적어도 가게 문 닫을 때까지는 

이곳에 있으면서 

사장님 말동무도 하고
혹여나 다시 올지 모르는 

그 노숙인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 손님까지 가게에서 나가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게 일도 돕고 

사장님이랑 이야기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행히 마감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별로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사장님은 내가 든든했는지 

계속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주먹밥 좀 싸줄 테니 가져가. 

내가 줄게 이런 것밖에 없어서.”


사장님은 포일에다가 

주먹밥을 싸서는 챙겨주었다.
그걸 받아들고 있자니 

아까 노숙인의 일이 떠올라 

마음이 안 좋았다.

 

“사장님. 

이거 내가 괜히 오지랖 부리는 거긴 한데 

좀 얘기할게요.
내가 사장님 잘 알지.
밥 굶는 서러움 누구보다 잘 아시고 

나쁜 길로 빠진 사람 많이 보셨으니까 

이렇게 좋은 일 하시는 거 알아요.
진짜 존경스러워. 

그런데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좀 조심해야지.
아까 그런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 줄 알아요.
은혜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은.
그러니까 

적어도 단호하게 해야 할 때는 

단호하게 쳐내요.
사장님이 

몸 건강하고 가게가 잘 돌아가야 

사람들이 계속 은혜를 받을 거 아니야. 

그쵸?”


이번엔 사장님도 

그저 웃어넘기지는 않았다.
조금은 진지한 표정이 된 사장님은 

가게 안이 텅 빈 걸 확인 하고는 

내게 조용히 말했다.

 

“동생은 

내가 참 아끼는 사람이야.
내 뜻도 잘 헤아려 주고 

이렇게 잊지 않고 

계속 찾아와 주고.
그래서 내가 많이 고맙지. 

그런데 

동생 생각처럼 

난 어리숙한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밥 굶는 사람들은 나쁜 길로 빠지기 쉬우니까 

적어도 누구든 배는 채워주자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
좋은 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만큼 범죄라는 것 자체가 

환멸스러워서 그랬어.
나쁜 놈들이 

더 생기지 않길 원한 거지. 

그런데 이미 나쁜 길로 들어섰다?
그런 놈들을 

용서할 생각은 전혀 없거든.

그놈들은 밥 먹을 자격도 없어.”


왠지 날이 서 있는 사장님의 말에 

묘한 섬뜩함이 느껴졌다.
언제나 자애롭고 평화로운 

사장님의 얼굴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그냥 헛소리니까 

그냥 흘려들어.
보통 사람들이라면 

밥만 제대로 먹여도 딴맘 안 품는데,
배 채워주고 챙겨줘도 

삐딱선 탈 놈들은 결국 타게 되어있어.
저런 놈들이 잊을 만하면 

하나씩은 꼭 나오지.
그리고 이미 한번 선을 넘은 놈들은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거든.
그런 놈들은 

내 밥 먹을 자격이 없어.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디서 쥐약이라도 먹고 

싹 다 죽었으면 싶지.”

 

사장님은 이야기하며 

주먹밥 포장지 한켠에 놓인 쥐약을 

슬쩍 들어서 보여주었다.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늘 주먹밥을 알루미늄 포일에 싸서 

포장해주었다.
하지만 

아까 노숙인에게 준 주먹밥의 포장은 

종이였다.
종이에 미리 쥐약을 뿌려놓고 

섞이지 않도록 따로 놓아두었다가
이런 일이 있을 때 

자연스레 종이에 

주먹밥을 포장에 건네주었다면?

 

사장님은 이어서 말했다.

 

“여긴 희망식당이야.
없는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고 

또 식당 자체가 희망이 되기도 하지.
하지만 말이야 

사람이 될 희망조차 없는 녀석들을 

걸러내는 곳이기도 해.
이곳에서 버려진 녀석들은 

사회에 있을 자격, 

아니 목구멍에 뭔가를 

처넣을 자격이 없거든.”


난 멍하니 서서 

사장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장님의 맑은 눈이 

오늘따라 광기가 

어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헛소리는 여기까지. 

내가 한 말은 그냥 잊어버리라고.
그래야 할 거야.
만에 하나 내가 없으면 

여기 있는 사람 중 절반은 죽거나 범죄자가 될 테니까.
동생도 잘 알잖아?”


한참을 혼란스러워했지만 

여기선 말을 아끼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돌아가 볼게요.”

 

사장님은 웃으며 

날 배웅해 주었다.

 

“그래. 종종 놀러 와. 

언제고 계속 장사할 테니까.”


가게 밖으로 나왔지만, 

경찰서를 찾아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사장님 말대로 

이 가게의 역할은 컸기에 

문제가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것이 

내게 죄책감을 주는지 

가슴 한켠이 따끔거리고 있었지만 

내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우선은 

한동안 고민을 해보며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어떤 결론을 내건 

사장님을 고발하는 결과는 아닐 게 분명했다.
난 한숨을 쉬고는 

손에 들려있는 

주먹밥 봉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포일로 포장되어 있었다.


“맛있었는데... 

찜찜해서 이제 못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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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사연이 많은 음식점 사장님 (한국괴담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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