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숙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넓은 거실에는 TV, 냉장고, 컴퓨터, 비디오, 오디오 등이 쓰던 그대로 있었고 안방에는 고급 장롱과 침대가 놓여 있었다. 비좁고 답답한 학교 근처의 자취방을 생각하니 갑자기 다른 세계로 이동한 느낌이었다. 그 아파트는 대학 동창생인 희정의 아파트였다. 희정은 대학 재학 시절 민숙의 단짝이었다. 졸업 후 민숙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희정은 잡지사의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만남이 뜸하게 되었고 민숙이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로는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다. 며칠 전 민숙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자취방의 책상 위에 낯선 열쇠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희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었다. 급한 일로 갑자기 멀리 떠나게 되었으니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자신의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