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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주의] 돼지와 아르바이트생

미스털이 사용자 2024. 3. 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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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이 게시글을 보시지 않길 바랍니다.>

 

 

 

2007년 2월 25일.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지난 8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형편없이 어려운 회사는 아니었지만,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눈치를 주길래 긴 고민 끝에 나와버렸다.

막판에 부장이라는 작자는 "당신 나이라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면서 빈정대듯 날 위로했다.

내 나이 서른둘, 젊다면 젊고 나이 좀 먹었다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는 참 애매한 나이.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그간 업무적, 대인관계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젠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후련하기도 불안하기도 한 복잡한 심경이다.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으로 뭘 할까 벼룩시장을 한참 뒤지며 고민하다가 다행히 난 미혼이라 부양가족 없이 

사업에 부담 없이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음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할 수 있을 거야!

 

 

 

 

2007년 5월 20일.

 

벌써 석 달째 사업을 구상 중이다.

가끔 일거리를 찾아보러 PC방에 갔다가 알바놈의 꼬임에 못 이겨 시작하게 된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이것저것 많은 돈을 낭비했다.

우리 집에서 그 알바놈과 술을 먹다가 그 일로 잠깐 말다툼이 있었다.

어린 녀석이 자꾸 말대꾸하길래 혼내줬더니 옷방에 들어가서 울면서 나오질 않는다.

결국 달래고 달래서 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여기가 좋다며 당분간 같이 살고 싶다고 한다.

안된다고 했는데도 옷방으로 들어가 대자로 뻗어 나가질 않는다.

어휴, 내일부터는 다시 할 일을 알아봐야겠다.

 

 

 

 

 

2007년 5월 22일.

 

역시 사람에게 죽으란 법은 없다. 이것저것 다 포기할 때쯤 양돈업이 돈을 꽤 만진다는 얘기를 주워들었다.

돼지는 빨리 자라고 키우기도 쉽기 때문에 그야말로 낮은 자본에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 번쯤 소나 돼지 같은 것을 키워보고 싶었지.

당장 돼지와 돼지를 키울 축사를 알아보러 나가야겠다.

 

 

 

 

2007년 5월 26일.

 

축사를 내 논 곳을 보러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신기하게도 넓은 들판에 돼지들을 풀어놓고 키우는 곳을 보게 됐다. 돼지를 방목하는 건 처음 보지만, 그보다 내가 돼지에 관심을 갖게 되자 이런 광경을 보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내게 다시 한 번 인생의 기회를 주신 것일까?

차에서 내려서 몰래 수퇘지 한 마리를 유인해 입에 재갈을 물린 뒤 앞 뒷다리를 묶어서 트렁크에 실었다.

몇 마리 더 훔쳐올까 하다가 트렁크의 돼지가 하도 꽥꽥대는 바람에 더는 힘들 거 같아서 포기했다.

돼지우리를 내놓은 노부부를 만났는데 참 친절한 분들이었다. 축사를 구경하고 썩 맘에 들어서 바로 계약하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잔하라고 하시길래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곤 해서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계약금이 조금 부족해서 부탁한다고 했더니 자꾸만 괜찮다고 하신다.

심지어는 암퇘지 한 마리도 공짜로 주신다고 한다. 오랫동안 키운 암퇘지라고 하는데 어찌나 꽥꽥 대던지...

너무 고마워서 몇 번이나 인사를 드리고 왔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2007년 6월 1일.

 

오늘 돼지우리 정리를 다 했다. 저번에 몰래 훔쳐온 수퇘지와 암퇘지를 우리에 풀어놨다.

나만의 축사가 생기다니 꿈만 같다. 이제 교배만 시키면 금방 돼지 수가 불겠지? 기분이 너무 좋다.

축사 옆의 간이숙소에 가스레인지를 킬 때마다 가스가 새는지 가스 냄새가 나곤 하는데 괜찮겠지?

 

 

 

 

 

2007년 6월 2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교배하라고 풀어놓은 돼지들은 교배는 안 하고 종일 꽥꽥대기만 하니 말이다.

짜증이 나서 이틀간 밥을 주지 않았다. 밥 달라고 울어대는 돼지를 보니 불쌍하긴 하지만, 동물을 벌주기 위해선 그에 따른 몇 가지 법칙을 정하라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교배하기 전까지는 밥을 주지 않을 생각이다.

 

 

 

 

 

2007년 6월 7일.

 

왜 교미를 하지 않는지 알았다. 처음에는 두 돼지가 모두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퇘지가 문제였다.

거의 움직임이 없이 울어대기만 하는 암퇘지를 수퇘지가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주변만 기웃거리는 걸 봤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수퇘지가 발정이 나게 하는 것이었다.

일단 축사를 나눠 며칠간 수퇘지를 몽둥이로 패면서 혹사했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돼지가 어느 날 흥분을 해 사람인 내게 달려들었다.

순간 놀라긴 했지만, 너무 화가 나 몽둥이로 돼지의 뒷다리 한쪽을 부숴버렸다.

오늘 저녁에 발정제를 먹이고 암퇘지가 있는 축사에 수퇘지를 넣어 버렸다.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만약 또 교미하지 않는다면 사흘 동안 먹이를 주지 않을 생각이다.

 

 

 

2007년 6월 8일.

 

역시 성공이었다. 오늘 아침에 축사 대문을 열자 교미를 하고 있었다.

꽥꽥대는 암퇘지의 뒤에 올라타 미친 듯이 흔들고 있는 수퇘지를 보자 나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면 안 되지... 발정제 탓이었는지 거의 밤새 교미를 한 거로 보인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어제 먹다 남은 음식들을 섞어서 끓여주었다.

밤새 힘을 썼는지 수퇘지가 뒷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맛있게 잘 먹는다.

반면 암퇘지는 어디가 아픈지 도통 먹지를 않는다. 예방접종을 아직 안 시켰을텐데...

어디 병 걸린 게 아닌지 걱정된다.

 

 

 

 

 

2007년 7월 13일.

 

그날 이후로 거의 매일 교미를 하기 시작했다. 어서 아기가 생겨야 할텐데...

벌써 몇 주째인지 이 돼지들은 교미만 하고 있고 암퇘지의 배가 불러올 생각을 안 한다.

 

 

 

 

 

2007년 7월 26일.

 

오전에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의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말에 비웃듯이 얘기를 했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전화기를 벽에 던져버릴 뻔했다. 오늘도 돼지들은 교미만 하고 있고, 암퇘지의 배가 불러올 생각은 하질 않는다.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진다.

 

 

 

 

 

 

2007년 8월 3일.

 

정말 오랫동안 여자를 잊고 지내다 보니 요새는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것 같다.

주변에 사창가라도 있다면 풀고 오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놈의 성욕을 어떻게 해소할까 하다가 키우는 돼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누군가 보게 된다면 미친놈, 변태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내가 키우는 돼지에게 내가 하는 짓을 남들이 뭐라고 할 자격은 없다. 오늘 일어나자마자 축사에 가보니 역시나 두 돼지가 교미를 하고 있었다. 바지를 내리고 그것을 하고 있는 암퇘지의 입에 내 것을 꽂아넣었다.

돼지가 꾸에엑 대며 발광을 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흥분을 이기지 못해 신나게 흔들고 있는 수퇘지를 발로 차버리고 암퇘지의 생식기에 그 짓을 해버렸다.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왠지 그 이후부터 암퇘지를 이용해 그런 짓을 자주 하게 됐다.

휴, 빨리 돈 벌어서 나도 장가를 가야지..

 

 

 

 

 

2007년 8월 9일.

 

아침부터 축사의 수퇘지를 찾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암퇘지가 새끼를 못 배는 건 아무래도 수퇘지에게 씨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수퇘지에게 너무 화가 나서 아침부터 몽둥이로 수퇘지를 실컷 패버렸다. 마침 고기 생각이 나서 절던 뒷다리를 잘라내어 항생제와 붕대로 대충 감아 놓고 뒷다리로 찜을 해먹었다. 집에 있던 PC방 알바 녀석을 깨워 같이 먹었는데 더 가져오라고 한다.

이 녀석은 염치도 없는지 남의 집에서 이렇게 지내는 걸 보면 참 안면이 두껍다고 생각했다.

PC방에서 오락하느라 며칠간 씻지도 않았는지 고린내가 진동을 했다.

더러운 녀석.. 제발 좀 집에 가라. 내일은 가스가 새는 간이숙소 가스 밸브를 좀 고쳐야겠다.

 

 

 

 

 

 

2007년 8월 10일.

 

큰일이다. 어제 뒷다리를 잘라낸 수퇘지가 먹지도 않고 구석에서 하루종일 꽥꽥대고 있다.

암퇘지가 수퇘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걱정하고 있었지만, 내가 수퇘지에게 너무 했는지 수퇘지는 죽어가고 있었다. 죽어버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새끼는 만들어놓고 죽어야 할 거 아니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몽둥이로 수퇘지의 골통을 박살 내 버렸다.

피와 누런것들이 너저분하게 사방으로 튀었다. 죽은 수퇘지를 가져다 통구이를 해먹을까 하다가 다 못 먹고 버리게 될 것 같아서 넙적살과 목살만 잘라내어 집에 가지고 가서 구워 먹었다.

역시 고기는 패야 연해지는 걸까? 고기가 참 연하고 맛있었다.

점점 내가 이상하게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이젠 돼지건 뭐건 그냥 내가 가지고 놀 장난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돼지야 뭐 죽으면 먹고 또 사면 되는 것을...

 

 

 

 

 

2007년 8월 20일.

 

오늘은 암퇘지가 새끼를 배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축사로 갔다.

꾸엑 대는 암퇘지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암퇘지의 그 더러운 곳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다. 무언가 잡혔다.

새끼 같기는 한데 만져봐서는 도저히 모를 거 같아서 그 상태로 밖으로 끄집어냈다.

암퇘지는 미친 듯이 울어댔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끄집어냈다... 자라다가 만 새끼였다.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골통이 깨진 채로 죽어있는 스퇘지의 배를 갈라 자라다만 새끼를 넣어 꿰매버렸다. 암퇘지는 그 광경을 골똘히 보고 있다가 이내 포기한 듯 작게 울어댔다.

정말 내가 이상해져 버렸다. 너무 재미있다. 가스관을 고쳐야 하는데 요즘 너무 정신이 없다. 내일 해야지.

 

 

 

 

 

2007년 8월 23일.

 

암퇘지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

그날 내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죽여버렸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짐승 주제에 밥을 먹지 않는다.

단식 투쟁을 하자는 건가? 뭐 이렇게 된 거 제주 똥돼지가 맛있다고 하니깐 똥을 먹여서 키워볼까 한다.

어제오늘 하루종일 똥을 싸서 사료통에 넣어주었는데 먹질 않길래 축사로 들어가서 강제로 아가리를 벌려 똥을 집어넣었다. 안 먹는 듯하더니 배가 고팠는지 똥을 잘도 먹는다.

 

 

 

 

 

2007년 8월 25일.

 

암퇘지가 죽었다. 제길, 똥을 그렇게나 많이 먹였는데 결국 죽어버렸다.

오늘은 죽어버린 암퇘지로 바비큐를 해서 먹을 작정이다.

부모님 같은 노부부 두 분과 그 알바녀석을 불러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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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00동 폭발현장에 나와 있는 김국환 기자입니다. 이번 사건은 경악을 금치 못할 희대의 엽기사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이 씨의 돼지 축사에...."

 

무언가 반쯤 타버린 축사 앞에 수많은 기자와 경찰들이 현장 훼손방지와 취재를 위해 몸싸움을 하고 있다.

그때 얼핏 보기에도 연식이 꽤 돼 보이는 쏘나타 한 대에서 비범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내렸다.

 

"김 형사, 무슨 일이야?"

"아, 반장님 오셨습니까?"

"대체 얼마나 미친 사건이길래 2년 만의 휴가를 반납하고 나오게 하는 거야?"

"아.. 그게 조사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단순 폭발사고가 아니야?"

"네, 폭발로 인해 죽은 건 32세 이강찬. 그러나 타버린 축사에서 발견된 건 이강찬을 포함해 시체 4구입니다. 그 중 한 명은 고3 학생으로 여운포리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유민혁, 한 명은 얼마 전 목이 졸린 채 변사체로 발견된 노부부의 딸인 21세 이민아, 마지막으로 한 명은.. 유민혁의 뱃속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게 좀 황당합니다. 3주 정도 된 갓난아기인데 탯줄째 유민혁의 배 속에 방부제와 함께 봉합되어 있었습니다. 또 사체들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는데 이민아의 위 속에서는 인분, 돼지 사료가 검출되었고, 자궁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유민혁은 칼로 도려낸 듯 사체 여기저기가 뜯겨져 나가있었구요..."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사람이 한 짓 맞아?"

"조사 결과 이강찬은 6개월 전 정신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합니다. 정신병원 원장이 자주 연락을 하곤 했으나 돼지를 키우고 있다고... 또 이강찬의 집 수색결과, 사체가 엄청나게 부패한 시신이 한 구 있었습니다. 27세 오승원이라는 남자인데 이강찬이 자주 가던 피씨방 아르바이트생이었다고 합니다. 또 이 이승원의 위 속에 유민혁의 신체 일부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미친 새끼구만... 휴, 그래. 그 병원원장은 이 새끼에 대해서 뭐라고 하던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라고 합니다."

 

 

 

 

https://mrlee.co.kr/pc/view/story/724?

 

[미스털이] 돼지와 알바생 이야기.. (경고 : 심약자 클릭 절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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