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것이 금방 잊혀지기 마련인데, 그 꿈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고 가끔 소름돋기도 해.
내가 대학교 2학년일 때 꿨던 꿈이니까 오래전이야.
그날은, 술을 왕창 먹고 집에 들어와 이불 대충 깔고 잤던 거 같아. 늦여름이라 모기도 왱왱 거리는데도 그냥 잤어.
***
꿈은 여기서부터 시작돼.
내가 수풀이 우거진 곳을 계속 걸어. 느낄 수 있는 건 땀에 젖은 옷의 불쾌한 감촉, 음습한 숲의 기운 정도.
계속 걸어도 끝이 없으니 미치겠는거야. 어디로 가야할지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그런데 내 헐떡이는 숨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지.
지척에 깜짝 놀랄만한 게 나타나는걸 미리 알아채고 싶어서 숨죽여 다시 살펴봤어.
멀다면 멀다고 할 수 있는 거리(5미터)에 불그스름한 머리의 사내가 날 보고있더라. 덜컥 겁나서 뛰었어.
숨이 차올라 못뛸 것 같아 헥헥 거리며 뒤돌아 봤는데 아까전처럼 그 사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날 응시만 했어.
'왜, 뭐때문에, 왜'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라 질끈 눈을 감아 없애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 막 달렸어.
그렇게 달리고 달렸는데 어느샌가 내가 점점 내가 달리는 방향의 반대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더라.
발버둥을 치고 옆에 나뭇가지를 있는 힘껏 잡고 있어도 점점 뒤로 갔어. 그 사내는 묵묵히 날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뻗고.
뻗는 손에 닿기 싫어 악!악! 녹슨 소리나도록 고래고래 질렀어.
처절한 몸부림에도 결국 그는 나를 덥석 잡아 내 얼굴을 노려봐.
처음엔 재생이 정지된 듯 뚫어져라 눈을 부라리더니, 이내 뭔가 하자가 생긴 물건을 보는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펴봤어.
나는 그 사내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는데 다리에 힘이풀려서 손에 잡히는 걸 잡아당겨 내 몸을 질질 끌었는데
그렇게 기어가는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
*
*
*
(혐오주의)
*
*
*
꿈에서 깨어났지. 베개, 이불에 온통 땀 범벅이였는데 처음 몇 분간은 ㅆㅂㅆㅂ거렸어.
엄마한테도 말씀드려봤는데 개꿈이라는 말 말곤 반응을 안하셨어.
그리고 며칠 후, 내 친구 중 하나가 군대간다길래 한강에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모인 친구중에 한 친구가 그만 안전사고로 실족사했어.
사고가 났을 당시, 나는 그 친구와 얼마 안떨어진 자리에 있었고
하마터면 나도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었어.
나는 용산경찰서를 오갔고, 그 친구가 화장장에 들어갈 때까지 친구 곁을 지켰어.
***
나는 아직도 생생했던 그 꿈을 떠올려.
(귀신이나 천국, 지옥을 믿지 않지만,) 알수없는 뭔가가 그 꿈을 통해 내게 뭔가를 말해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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