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진짜 잘 골라야 한다, 너.” 이사할 계획이라는 나의 말에 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국밥을 들이키던 진수 놈이 한 말이다. 그래 그래,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김치를 자르는데 또 다시, 집은 진짜 잘 골라야 해, 하고 강조해온다. 평소에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우유부단하고 유들 유들한 녀석이 집 이야기만 나오면 정색을 한다. 이 것은 몇 년 전에 진수가 겪은, 그 집에서의 그 제법 오싹한 경험 탓일 터다. 진수와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같은 동네서 나고 자라 어릴 때는 나뭇가지를 들고 골목을 누비던 동료였고 좀 자란 후에는 동네 피시방에서 생과 사를 함께하는 전우가 되었다. 진수 녀석과 나가 놀 때면 진수의 아버지가 용돈을 두둑하게 쥐어주시곤 하셨다. 아저씨는 좋게 말하면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