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으로 바라본 세상 (공포썰, 괴담)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창 밖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근처의 집을 엿보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잖아. 언제부터였을까? 이따금씩 밤에 혼자 있을 때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망원경을 통해 강 건너편의 번화가를 바라 보곤 한다. 관음증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어느덧 이것은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퇴근길의 회사원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대학생들. 열대어처럼 울긋불긋하게 차려입은 여자들. 여기저기서 호객을 해대는 호객꾼에, 어째서인지 깊은 밤 혼자 어슬렁거리는 학생까지. 정말 별 거 없는 어지러운 광경일 뿐이지만,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어쩌면 수족관 속의 물고기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방의 불을 켜 놓으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