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역사

정육점 사람들 (한국괴담, 소름)

미스털이 사용자 2023. 10. 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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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랑 전혀 다를 게 없어.
그냥 다 똑같은 고깃덩이야.”
언제나처럼 중얼거리며 

정형칼을 집어 들었다.
눈앞에 놓인 것은 소도, 돼지도 아닌 죽은 사람의 시체.
하지만 내가 시체 앞에 선 것은 

장례라든가 그 비슷한 것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칼을 시체에 가져다 대었다.
조심스레 가죽을 벗겨낸 뒤, 

뼈를 발라내고 부위별로 손질해서 정리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형태가 고스란히 다 남아있으니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었다.
그 찜찜함을 지우기 위해 독한 술을 한 모금 삼킨다.
고기 손질 중에 술은 절대 금기지만, 

이마저도 없으면 도저히 해나가기 힘들기에 어쩔 수 없다.
약간의 술기운에 의지한 채 고기손질 작업이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나 원래 형태가 망가지고 예쁘게 토막 난 

고깃덩이가 되자 죄악감도 옅어졌다.
땀을 닦아내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꽃님아. 다됐다. 와서 정리해. 

그리고 마실 것도 가져오고.”
크게 소리치자 

곧 부스스한 얼굴의 꽃님이가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금방 김실장 온다니까 잘 포장해서 준비해 둬.”
꽃님이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발라진 뼈들과 잘린 머리들을 치우고 

손질된 고기들을 정리해 담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들고 

가만히 눈을 마주치기까지 한다.
옅은 웃음을 지으며 일을 하는 그 모습을 보니 오싹하기까지 했다.
“넌 안무섭냐?”
내 실없는 물음에 꽃님이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새삼 이 벙어리 소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기로는 이곳에서 일한 지 제법 오래되었다는데 

아무리 봐도 20대 초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적어도 미성년자일 때부터 사람고기를 다루었다는 말이었다.
담배 한 대 필 겸 밖으로 나오니 

마침 김실장이 탑차를 끌고 들어왔다.
“벌써 끝났어? 

이제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아주 전문가 다 되셨네.”
능청스레 말하는 김실장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고는 물었다.
“저렇게 어린 애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온 거야?”
김실장은 별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어미 빚 때문에 끌려 온 거지 뭐.
벙어리라지만 생긴 건 그래도 봐줄 만해서 술집에 꽂았었는데,
접대할 성미는 아니야.
손님 혓바닥을 깨물어 버려서 뒤지게 맞고 이리 쫓겨왔지.
일은 야물딱 지게 잘해서 

벌써 몇 년째 여기서 사람고기 만지면서 시중드는 거지.”
어린 나이에 참 딱하다 싶은 마음과 

독하다며 혀를 내두르고 싶은 마음이 같이 들어 기묘한 기분이었다.

 


정형할 고기를 가지고 들락날락하는 김실장.
정형사인 나. 

잡일꾼 꽃님이.
이렇게 셋이 이 정육 공장 인원의 전부이다.
나 역시 그냥 돈 하나만 보고 

무작정 시작하게 된 거라 잘은 모르지만
대충 어디 큰 조직이 운영하는 인육 공장인 것만은 확실했다.
예전에 김실장은 

도박 빚으로 힘들어하는 날 찾아와 제안했다.
‘정형사랬지? 

보아하니 소 돼지 잡아서 빚 갚기는 틀린 거 같고….
같이 일하나 안 해볼래?
길게 얘기 하는 거 안 좋아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사람고기 손질하는 일이야.
외곽에 있는 육가공 공장에 상주하면서
들여오는 사람고기 손질해서 내보내기만 하면 돼.
밖에 못 돌아다니고 

외부 연락 못 하는 대신 잡일 하는 애가 필요한 거 사다 줄 거고.
좀 찜찜하고 답답하겠지만 페이는 그만큼 세니까.
5년이든 10년이든 원하는 만큼만 일하면서 

빚 갚고 돈 벌고 하면 돼.’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인간이 할 짓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으니 

결국 이곳에 와서 사람을 토막 내는 꼴이었다.

 

 



“내일이나 모레 또 올 거야. 그동안 몸이나 풀고 있어.”
꽃님이가 차곡차곡 정리한 고기들을 끌고 오자 김실장은 그것들을 전부 싣고 떠나갔다.
공장이 조용해지니 스산함이 가슴 언저리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투박하고 거친 손바닥을 들어 올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역한 감정이 몰려왔다.
아무리 고깃덩이일 뿐이라 되뇌어 봤자
내가 썰어낸 것은 바로 얼마 전까지 멀쩡히 살아있던 사람이었다.
철학적 윤리적 가치관을 줄줄 읊어대지 않더라도 

찜찜함을 넘어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머릿속이 멀쩡할 리도 없었다.
불안증이라고 해야 할까? 

샤워할 때, 머리를 감을 때조차 눈을 감지 못한다.
죽은 고깃덩이가 덮쳐올 리도 없거니와 귀신 따위를 믿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심 때문에 매번 이 꼴이다.
한낮에도 그럴진대 밤이라고 반가울 리는 없었다.
뉘엿뉘엿 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쉬곤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도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찔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새벽 한 시.
잠이 오지 않았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은 예사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피곤함보다는 정신적으로 지쳐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마음속에 있는 서늘함은 무엇일까?
두려움이나 죄책감일 수도 있고 거부감이나 자괴감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도저히 혼자서 잠을 이룰 수 없단 것이다.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목을 가다듬고는 꽃님이를 불렀다.
“꽃님이. 안자면 이리 좀 와봐.”
다행히 자고 있지 않았는지 

건넛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꽃님이가 들어왔다.
낡고 헤진 츄리닝과 늘어난 티셔츠를 잠옷이랍시고 입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또 애처로워서 잠시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혼자 있기 싫으니까 여기에서 자.”
삼촌뻘은 될 내가 그런 얘기를 꺼내면 질색을 할 만도 하건만 

꽃님이는 별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닥에다 매트 깔아줄 테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꽃님이는 거리낌 없이 

침대 이불을 들추고 들어와 내 옆에 자리 잡았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오히려 내 쪽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금세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드는 꽃님이의 체온을 느끼며 

나 역시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김실장은 고기를 가져오고.
내가 정형하면 꽃님이가 정리해서 다시 김실장에게 넘긴다.
다만 난 더는 예전처럼 불안감에 떨지 않았고
꽃님이 옆에서 편안하게 잠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냥 옆에서 잠을 자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내가 다른걸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지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아직은 착하고 순수한 꽃님이의 마음을 지켜줄 때니까.
괴롭기만 했던 이 인육 공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꽃님이, 빚 다 갚으면 여기서 나갈 수 있나? 빚이 얼마나 돼?”
내 질문에 김실장은 날 빤히 보더니만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왜? 백마탄 왕자님 노릇이라도 해주시게?”
난 허둥지둥 변명했지만, 김실장은 딱히 듣는 눈치는 아니었다.
“괜히 욕정에 눈멀어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건드렸다간 진짜 피 보는 수 있어.
저년 저거. 저래 보여도 보통 미친년이 아니거든.
애초에 이따위 일 그리 오래 하는 정신머리니 말 다 했지.
아마 평생 여기에 틀어박혀 있을 거니까 아예 신경 꺼버리라고.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일만 하다가 

빚 갚는 대로 여기 나가서 싹 다 잊어버려.
나도 잊어버리고 꽃님이도 잊어버리고 새 출발 하는 거야.
그게 신상에 좋아.”
대답 대신 가만히 담배만 피워댔다.


“꽃님아. 너 여기 일 그만하고 싶지 않아?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빚이 얼마나 되는데?”
꽃님이는 멀뚱히 나를 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정인 건 알겠지만 대체 어떤 부정일까?
내가 싫다? 아니면 신경 꺼라?
그도 아니면 빚이 너무 많으니 포기해라?
계속 되물어 봐도 꽃님이는 어떤 형태로든 알려주지 않았다.
답답함을 느끼며 늘 그렇듯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대충 계산해봤을 때 난 6년 정도면 빚을 다 갚고 

어떻게든 한몫 챙겨서 여길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꽃님이까지 데려가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10년? 15년?
김실장이 평생이라고 했으니 20년은 더 걸릴지도 모른다.
아니 그때까지 멀쩡히 살아있을 수 있을까?
그놈들이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쓸만한 장기는 전부 뽑아낸 다음 

남은 시체를 다시 이곳으로 보내겠지.
칼을 잡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진정하기 위해 숨을 몰아쉬며 앞에 놓인 고깃덩이를 바라보았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시체 토막.
언젠가는 꽃님이가 이렇게 될까?
발가벗겨진 채 도마 위에 올라 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발라져서
고깃덩이가 되어 이리저리 팔려나가게 될까?
당장 내일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사람의 말로라면 뻔하디뻔했으니.
난 손질하다 만 고깃덩어리를 집어던지고 꽃님이를 바라보았다.
꽃님이는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꽃님아. 내가 책임질 테니까 여기서 나가자.
도망가자고.
여기서 짐승처럼 살다가 추하게 죽느니 차라리 같이 밖으로 가자.
어딜 가도 여기보다는 나을 거 아니야.
둘이 도망가서 아무도 없는 데서 조용히 살자.
내가 책임지고 지켜줄게.”
꽃님이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평생 일해도 돈 못 갚는다며!
그렇다고 그 악랄한 놈들이 언제까지고 가만히 내버려 둘거 같아?
어떻게든 뽑아먹고 죽여버릴 거라고.
그놈들이 너 고기로 안 만들 거란 보장 있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여기에 있겠다는 거야?”
꽃님이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내가…. 내가 지켜준다잖아.
행복하게 해준다잖아.
여기서 나갈 수 있다니까?
이제 그 지긋지긋한 사람시체 안 보고 살 수 있다고.
알아들어?
내가 사랑한다잖아.
넌 안 그래?
넌 나 안 사랑하냐고?”
꽃님이의 얼굴에 혐오감이 비추어졌다.
난 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 미친년이 꼬리 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조신한 척이야?
어떻게 해볼 수도 있는 거 기껏 참고 지켜줬더니 날 병신 취급해?”
꽃님이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니 코앞에 꽃님이의 얼굴이 다가왔다.
언제나 봐왔던 얼굴이지만 더는 유혹을 참기는 힘들었다.
그대로 거칠게 꽃님이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하 이거도 또 미친놈일세.”
김실장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곧 입안에 말 못 할 통증이 느껴졌다.
크게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피 한 움큼을 뱉어냈을 뿐이었다.
“애쓰지 마. 혀가 뭉텅이로 잘려 나가서 말도 제대로 못 할 테니까.
내가 그렇게 미친년 건들지 말라고 했는데 그새 못 참고 헛짓거리하네.”
고개를 돌려보니 꽃님이는 칼을 집어 들고

내가 손질하다 만 시체 머리에서 혀를 잘라내고 있었다.
“저년 식성이 아주 미쳐 돌아가거든.
이년이 빚 다 갚고도 왜 여기 있겠냐?
들여오는 시체에서 혀 뽑아먹으려고 그런 거지.
혀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여기 평생 죽치고 있는 거야.
넌 저년한테 낚여서 혓바닥 놀리다가 이 꼴 된 거고.
다음에 오는 놈한테는 좀 더 확실하게 말해줘야겠네.
혀 놀리다가 좆되는 수 있으니까 아가리 단속 잘하라고.”
시체에서 갓 잘라낸 혀를 게걸스레 씹어 삼키는 꽃님이를 보며 

김실장이 말을 이었다.

 

“미친년…. 저년이 왜 벙어리가 됐는지 알아?
제 혀를 지가 씹어먹었대요. 저 미친년이.
나도 나고 너도 넌데 저년은 진짜 차원이 다른 또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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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털이] 사람들의 정육점 (한국괴담, 공포썰)

“소, 돼지랑 전혀 다를 게 없어.그냥 다 똑같은 고깃덩이야.”언제나처럼 중얼거리며 정형칼을 집어 들었다.눈앞에 놓인 것은 소도, 돼지도 아닌 죽은 사람의 시체.하지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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