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귀신 같은거 안 믿고 종교도 없었음
근데 이 친구 만나고 나서 그런 영적인 존재 같은게 있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됨
아는 사람 있을까봐 실제 지명이나 부대 이름은 안쓰려고함.
강원도 근무했었고 11년도 군번임..
물상병일때 신병이 몇몇 들어왔는데 그 중에 목포 쪽 섬에서 온 신병이 있었음
휴가 나가면 목포에서 몇 시간 배 타고 가야하고 인구 얼마 안되는 ㄹㅇ오지였음.
그 후임은 인상도 나쁘지 않았고 성격도 둥글둥글해서 선후임 동기들하고 원만하게 잘 지냈음
걔 어머니가 무당이셨는데 다들 알고 나서도 다들 거리낌없이 지냈음
나는 원래 영적인 존재를 믿지 않아서 그런거에 겁도 없고 무서운썰 같은건 오히려 즐기는편임
가끔 시간날때 야 어머니 무당이시면 신기하거나 무서운 그런 썰 없냐? 물어봐도
그냥 어머니가 오늘은 자전거 타지마라 했는데 나갔다가 팔 다친거 뭐 이 정도 였음
그러면 내가 그 정도 예견은 우리 어머니도 하신다 하고 웃고 떠드는 정도
내가 작업병이었는데 걔가 내 부사수로 들어오면서 많이 가까워지고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듣기 시작했음
그때 들은 것+겪은 것 몇 가지 생각 나는대로 써봄.
1.
말년 병장이 가위에 자주 눌렸음.
잘 때마다 가위 눌려서 잠자리도 바꿔보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도 계속 눌림.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니 얼굴 망가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고 밤에 끙끙 앓는걸 불침번이 깨울때도 있었음.
부대원들이 ㄹㅇ 걱정할 정도로 얼굴이 말이 아니었음.
어느날 그 후임이 병장한테 뭐라 얘기를 하더니 병장이랑 어머님이랑 직접 통화 시켜줌
그 후 병장은 어머님이 시키는대로 했고 신기하게도 가위에서 해방됨
어떻게 했는지는 물어봐도 절대 안알려줬음.
후임도 마찬가지로 절대 말 안해줌.
그 이후로 병장 전역하고 그때 생각나서 야 그때 어떻게 한거임? 병장 전역했으니까 말해도 괜찮은거 아님? 하고 물어보니
어머니가 병장한테 전투화 하나 꺼내서 신발끈 묶은다음 탄약고 뒤 초소 넘어로 던지라고 했다고 함..
그 이상은 후임도 모르겠다고..
어머님은 부대에 한번도 오신적없고 탄약고는 어떻게 아시는지 뒤에 안쓰는 초소는 또 어떻게 아셨는지 아직도 미스테리함.
2.
내가 이 친구를 믿게 된 결정적 이유임.
어느날 후임이 어머니랑 통화를 하는데 그날 따라 어머님이 전화 받으시자마자
"철수(내 이름)가 다음달 둘째주에 휴가 보내라" 하셨다는거임.
그 친구는 내 이름도 알려드린적 없고 내 이야기 한번도 안했다는데 내 이름을 직접 이야기 하셨다고 함.
후임도 촉이 와서 알았다하고 전화 끊고 바로 나 따로 불러서 이야기 해줌
표정이 정말 진지해서 일단 알았다하고 집에 전화해서 별일 없냐 물어봤는데 별일 없다고 하심
내가 상병 정기휴가 남았었는데 원래 진급하기 전 상병 말에 정기휴가 쓰는게 관례? 같은거 였는데 나는 바로 다음달에 씀
서울역에서 집에 연락드리고 부산역 내리니까 어머니 마중나와 계시더라
같이 택시탔는데 어디 병원가자고 하시길래 나는 겁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봄
고모가 심근경색으로 위독하다고 하시더라
내가 어릴때 부모님이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하셔서 새벽에 나가시면 오후 늦게 들어오고 했거든
그때 고모가 바로옆에 사셔서 우리 돌봐주시고 어릴때부터 나를 엄청 좋아해주심
나한테는 부모님이랑 마찬가지였음
가는길에 계속 눈물나고 심란하고 그랬음
가서 고모뵙고 인사하고 그날 고모 돌아가심ㅠ
부모님이 고모가 나 기다리다가 얼굴보고 인사하고 가고 싶으셨나보다 하고 말씀하시더라
휴가동안 장례치르고 마음 추스리고 복귀함
나중에 후임 따로 불러서 그 얘기 했더니 후임 어머님이 뭐가 보이셨는데 자꾸 누가 내 이름 부르면서
ㅇㅇ한테 단술 줘야한다~ 하고 말씀하셨다는거임
그 얘기 듣고 또 눈물 쏟고 소름 돋았던게
내가 어릴때 식혜를 엄청 잘 먹었음
고모도 내가 식혜 잘 먹는다고 집에서 직접 담궈 주셨음.
그리고 다른 지방은 모르겠는데 우리집은 그때 식혜를 단술이라고 부름..
후임한테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려라 하고 후임한테도 인사함
생각해보면 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당장 생각나는 두 가지만 써봄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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