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입니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일반적인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고, 아마 마침내 미친게 틀림없다
내 아내 Bea는 출산 중에 죽었다. 그녀는 우아하고 재미있었으며 지적이고 완고하기도 했다.
난 그녀를잃었지만, 그녀는 대신 우리의 딸을 남겨줬다.
내 딸 Sam.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진실되고 완벽하게 순수한 내 소중한 아내를 앗아갔다는 이유로 난 Sam을 미워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Bea가 그건걸 원하진 않을 테니까. Bea는 우리의 하나뿐인 자식이 증오로 망쳐지는걸 원치 않았을 거다.
이 이야기는 슬픔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또한 사랑하는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충격에 관한 것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훨씬 더 끔찍한 이야기이다.
내 딸은 활기가 넘쳤고, 늘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거나창 틀을 넘어다니곤 해 탁아소를 망가뜨리곤 했다. 딸 아이의 6살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나섰는데 덕분에 신이나 사람들 사이를 쏘다니는 Sam을 겨우따라가고 있었고, Sam은 종종 사람들 속에서 돌아보며 “아빠얼른 와!”라고 소리치며 보챘다.
난 Sam을 돕진 못했지만 분명 사랑했다.
Sam을 쫓아가려 했었다. 정말로. Sam은 도로로 뛰어드느라 정신이 없어 날 보지 못했고, 버스는 멈출 시간이 없었다.
기분 나쁜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침묵에 빠졌다. 난 부서진 Sam의 형체를 안아들었고, 너무 망연자실하여 오열하지도 못 했고 너무 다쳐 움직일 수도 없었다. 오로지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따뜻한 피가 내 옷으로 스며드는 느낌 뿐이었다. 그 충격 속에서 난 그저 내 청바지를 어떻게 빨아야 할까 하는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끔찍하게 들린다는 걸 안다. 하지만 가진 모든 것이 찢어발겨져 그 충격에 단순한 사고 밖에 하지 못하게 되면 그렇게 된다.
사고 그 다음주는 기억이 희미하다. 조의를 표하는친구들이나 친척들, 오열 속에 문 닫는 소리나 냉장고의 웅웅거리는 소리, 라디오의 웃음소리 따위가 기억날 뿐이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은 색으로 차려입고 딸의 장례식에 참여했다. 옷 뿐만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이 새카만 검은 색이었다. 난 아무것도 느끼거나 생각할 수 없었고 그저 죽은 사람이 파도에 휩쓸리듯 움직이기만 했다.
모두들 Sam이 얼마나 완벽했는지,얼마나 천사 같은 아이였는지를 내가 그걸 몰랐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마치 내가얼마나 큰 선물을 가졌었는지 몰랐던 것 마냥.
한 남자가 나에게 걸어와 손에 큰 가죽 커버의 책을 쥐어주었다. 난 그 때 그가 Sam 친구의 부모님 중 한 명이고, Sam과 친구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나에게 쥐어주었다고 생각했다. 난 너무 망연자실 해 있었고, 그의 차가운 손에 대해서나 그가 내 딸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난 나 스스로를 잃고 살았다. 홀로 남겨진텅 빈 아파트에서 술에 취해 낡은 상자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울 힘조차 없었다. 그 때 여동생이 내 손을 잡으며 이제 내 껍질을 깨고 나가는 걸 시작해야 될 때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내가 말했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날 좌절과 우울 속에서 빠져 나오도록 달래주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내가 삶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엔충분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서 이 책을 펼쳤다. Sam이나에게 준 모든 기쁨을 기억하고, Sam이 없는 불행한 삶에 적응하는 것을 준비할 셈이었다.
책은 내 딸의 성장 과정의 폴라로이드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사진들은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약간 흐리게 찍혀있었고 내 모습이 있는 사진도 꽤 있었다.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다음 사진들에 어떤설명이 있기를 바랬다. 난 그 남자가 어떻게 이 사진을 얻었었는지를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사진들은 점점 딸의 여섯번 째 생일에 가까워졌다. Sam의 5살 생일 때 작은 자전거 선물해 준 날과 그 자전거를 타다 Sam의 무릎이 까진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첩의 페이지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이후 페이지는 비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에 있던 사진은,
Sam이 정말좋아하던 분홍색 우비와 Sam의 어깨에 얹은 내 손, 이건 Sam의 6번째 생일,영화보러가기 직전의 그 날이었다.
사고의 사진은 없었다.
대신 이 사진첩 속에서는 Sam의 삶이 계속되었다. 7번째 생일의 사진엔 내가 Sam과 함께 정원에 있었는데 아주 큰 캔버스에 페인트가 엉망진창으로 칠해져 있었다.
Sam의 7번째 생일.
강하게 뒷통수를 맞은듯한 느낌에 사진첩을 쾅 하고 덮었다. 그리고선 사진첩의 가죽 표지를 응시하며 부엌 테이블에 앉았다.
아마 이건 어떤 가학적인 놈이 날 놀리려고 하는 포토샵질 같은 거겠지, 하고 바랬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게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이를 꽉 깨물면서, 난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나머지 사진첩을 계속 보기로 결정했다.
사진첩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사진 한 장 한 장을 자세히 살펴보며 느끼는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계속 사진들을 보려했지만 그 어떤 것도 이런 종류의 것에 대해 마음의준비를 하게 해 줄 수는 없었다.
사진은 Sam이 젖니(유치)가 빠지는 모습과,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난 점점 더 미친듯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점점 더 Sam에게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가 자랄수록 더 가까이.
(모든 사진에서는아니지만 전체적인 경향이 그랬다) 더 과감하게, 사진은 더 가까이에서찍혀있었다.
Sam은 놀랄만큼 아름다웠다. 10대 때의 곱슬머리와 미소는 마치 Sam의 엄마 같았다. 나 역시 좀 더 나이가 먹었지만, 사진에서 점점 나는 덜 나오기시작했다.
Sam의 16번째(16살) 사진은 좀 이상했다. Sam의 친구들이 소풍 나와 밖에서 플라스틱 컵으로 무언가를마시고 있었는데, 뒤 쪽에 누군가가 있었다. 공원의 덤불근처에서 검은 형상이 서 있었다. 잔디밭에 그림자가 아니었다면 몰랐을거다.
난 잠시 등을 기대고 숨을 내쉬었다. 너무 이상했다. 난 지금 내 딸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끝날지 모르고 있다. 아주 초현실적이었고 마치 꿈을 꾸거나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 처럼내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검은 형상은 점점 더 자주 사진에 나타났다. 거의 그 형상을 알아 볼 수 있었다. 그 형상은 점점 더 커졌고 페이지를 넘기면 그 형상이 사라지길 바랬다.
사진은 점점 18번째 생일에 가까워졌다. (각 생일 때 마다 폴라로이드 사진 아래쪽에 몇 번 째 해인지 적혀있었다)
Sam은 이제 내가 알아볼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사진 속에서 Sam은 불빛이 흐릿한 집 안에 있었다. 그리고 무척 이상한 자세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 옛날 여왕이나바닥 청소를 하는 가정부의 복장을 입고 있기도 했는데, 이제 검은 형상은 훨씬 가까이에 있었다. 그 형상의 다리나 팔 따위가 모든 사진에 있었다. Sam이 어떻게옷을 입고 있든 모든 사진에서 Sam의 얼굴은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이런 사진들을 보며 난 정말 죽을 것 같았다. Sam의 얼굴은 화장되어 있었지만 한층 더야위고 아파보였다.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웠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 딸....
고통을 참아내며 페이지를 넘겼다.
절대,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사진첩을 거칠게 덮으며 내가 본 마지막 사진은 18번째 생일 사진이었다.
사진의 아래쪽에 “마침내!” 이라고 휘갈겨 적혀있었다.
Sam은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울고있었다. 검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고 입에는 사과가 물려있고 손은 뒤로 묶여있었다. 화장은 눈물로 망쳐져 있었다. 마치 나더러 도와달라며 애원하는 것같았다. 하지만 도와줄 수가 없다.
사진첩을 덮고 방을 뛰쳐나가 몸부림치며 울었다.
난 경찰을 부를 수도 없었다.
Sam은 6살 때 죽었으니까
날 잠 못 들게 하고 있는 건 내가 본 사진들이 아니다.
내가 잠들지 못하고 있는 건,
아직 사진첩에 너무 많은 페이지 - 사진이 가득 차 있는- 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https://mrlee.co.kr/pc/view/story/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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