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 김씨는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읍내에서 수금을 끝내고 묵을 곳을 찾았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읍내에 하나뿐인 여관은 이미 빈 방이 없었다. 이렇게 달 밝은 밤이면 농가에서 하루를 묵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김씨는 두둑한 돈가방을 끌어안고 마을 어귀로 들어섰다. 수금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 정도 돈이면 이제 충분히 새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어서 김씨는 뿌듯했다. 앞날의 계획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문득 그는 자기가 어느 집 대문 앞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몇 백 년이나 된 듯한 커다란 감나무 한 그루가 집 전체를 드리우고 있었다. 더욱이 나뭇가지 사이로 휘영청 보름달이 걸려 있어 김씨는 그 집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김씨가 하루 묵을 방을 청하자 그집 젊은 부부는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