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탔다. 평일인 데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지만 기차칸의 승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상당히 겪기 힘든 경우였다. 자리를 옮겨 그래도 사람이 좀 많은 칸을 찾아볼까라는 생각도 해 봤지만 이내 그만뒀다. 애도 아니고,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할 나이는 지났지 않은가. 출발시간까지는 아직 몇 분이 남아 있었다. 역의 매점에서 읽을거리를 사는 걸 까먹었네라고 깨달았지만, 이제 와서 매점까지 다시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에 한숨 자기로 마음먹었다. 좌석에 비스듬히 기댄 채, 외투를 벗어 얼굴 위에 헐렁하게 덮어 놓았다. 하지만 낮에 잠을 좀 자 둔 탓인지 영 잠이 오질 않았다. 몇 분을 그렇게 있다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기에 외투를 벗어던지고 차창 밖 구경이라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