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를 막 전역하고, 대학 복학 전까지 호프집에서 일을 하던 무렵의 이야기다. 내가 일을 하던 곳은 대단지 아파트 상가 1층에 자리한 호프집으로, 우리 집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다지 큰 술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작은 것도 아니었다. 테이블이 12개는 되었으니까. 적지 않은 규모에 동네 장사를 하는 집이다보니 때때로 삭아보이는 민짜들이 위조 신분증을 들고 술을 먹으려 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 날도 아주 앳되 보이는, 절대 성인은 아닌 것 같은 민짜 무리가 술을 먹겠다고 들어 앉았다. 주민번호 앞자리 88을 교묘히 커터칼로 긁어내 86으로 만든 것을 캐치하고 퇴짜를 놓자 녀석들은 간간히 욕도 섞어가며 혼잣말을 내뱉고는 가게 문 밖으로 사라졌다. 한 시간하고도 15분쯤 지났을..